고향-핏줄 다르지만 끈끈한 가족애 물씬
김 씨가 봉사활동에서 만난 탈북자 출신 아이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지 5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해 6월과 8월 이들의 사연이 처음으로 방송에 소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8명이었던 김 씨네 가족은 이진철, 억철 형제가 합류해 모두 10명으로 늘었다.
진철, 억철 형제는 지난해 5월 한국 땅을 처음 밟고 국가정보원과 하나원에서 각각 3개월을 보낸 뒤 두 달 전 김 씨네 집에 합류했다. 어머니가 먼저 중국으로 넘어간 탓에 정부의 감시를 받던 형제는 배낭끈 하나로 몸과 몸을 연결한 채 맨몸으로 두만강을 건넜다.
이제는 “이게 최선이야? 확실해?” 같은 유행어도 자연스레 따라하며 ‘남한 적응’을 끝낸 이 형제에게 축하할 일이 생겼다. 탁덕수, 김원혁 군이 열심히 공부한 덕에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 새 식구가 된 진철 군까지 세 사람이 고교 교복을 맞추려고 들른 교복점에서 김 씨는 눈시울을 붉힌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서 잘 자라고, 잘 사는 것”이 소망인 김 씨의 바람이 반쯤은 이뤄진 날이다.
처음 함께 맞이한 설날이 다가오자 총각엄마네에서도 음식 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엄마’ 김 씨는 떡국을 차리고, ‘아들’ 김 군과 염하룡 군은 북한에서 특별한 날 먹는 ‘두부밥’을 선보인다. 고향도 핏줄도 다르지만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김 씨와 9형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