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미국)이 미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580만 달러)에서 마지막 대역전으로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왓슨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756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몰아쳐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왼손의 제왕’ 필 미켈슨(미국)을 1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왼손잡이 골퍼의 대결이 흥미로웠다. 왓슨과 미켈슨은 미 PGA 투어를 대표하는 왼손잡이 골퍼다. 같이 왼손을 쓰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왓슨은 35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미켈슨은 타의 추종을 불어하는 웨지샷의 달인이다. 한 마디로 파워와 정교함의 싸움이다.
공동 선두 미켈슨과 빌 하스(미국)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왓슨은 13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마지막 18번홀까지 겨우 1타 차 밖에 되지 않아 1타라도 잃으면 우승이 힘든 상황이었다.
왓슨은 17번홀에서 위기를 맞았지만 4m 남짓한 거리에서 파 퍼트를 집어넣어 위기에서 벗어났다. 위기 뒤 기회는 찾아왔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이 핀 4m에 떨어졌고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연결시켜 2타차로 벌려 놓았다.
꼭 필요한 순간 버디를 만들어내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2타 차로 벌어진 미켈슨에게는 이글이 필요했다. 18번홀은 어지간한 장타자면 2온이 가능한 홀이기에 가능성은 남았다.
하지만 부담은 성공확률을 떨어뜨리기 마련. 세 번째 샷으로 이글을 노렸지만 공은 홀 1m에 떨어졌고 결국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말 폐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왓슨은 “아버지가 이 자리에 없어서 슬프다. 어머니, 사랑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3위(13언더파 275타)로 끝냈다.시즌 첫 출격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3타를 잃고 공동 44위(1언더파 287타)까지 추락했다. 엉망 수준으로 떨어진 드라이버 샷이 문제다. 이번 대회에서 페어웨이보다 러프에서 더 많은 샷을 했을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졌다. 하루 1000개씩 연습했다는 퍼트 감각도 자신감에 비해선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토리 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단 한번도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던 우즈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앤서니 김(26·나이키골프)은 10언더파 278타를 치며 공동 6위를 차지해 시즌 첫 톱10에 들었다. 최경주(41·SK텔레콤)는 2타를 줄이며 공동 29위(3언더파 285타)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양용은(39)은 공동 44위(1언더파 287타), 첫날 선두였던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은 공동 51위(이븐파 288타)까지 추락했다. 데뷔 이후 첫 컷 통과로 자신감을 얻은 게 수확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