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유화 ‘씽씽’… 통신 ‘그럭저럭’… 제약은 ‘부진’
최근 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2010년 산업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 석유화학 유통업 등은 사상 최고의 실적으로 ‘함박웃음’을 지은 반면에 제약산업 등은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 자동차·석유화학 매출·이익 사상 최고
자동차업계는 수출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중소형차 수요가 늘어나 수출 물량과 매출이 모두 늘었다. 또 신차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판매단가가 높아진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지난해는 반도체업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해였다. 하반기 D램 가격 급락에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후발 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또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 감소를 최소화했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핵심 부품과 스마트폰 등 제품의 판매 실적이 좋아 매출 154조6300억 원, 영업이익 17조3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전년보다 급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석유화학은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점진적으로 유가가 오르고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높아져 좋은 실적을 유지했다. 특히 LG화학은 2009년보다 매출액이 25.5% 증가한 19조4714억 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43.4% 증가한 2조2067억 원으로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정유업계도 실적이 개선됐다.
유통업체들도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고 저금리로 높은 소비 성향이 유지되면서 내수 경기가 호전돼 실적이 좋았다.
○ 통신·보험은 선방
통신 서비스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높은 스마트폰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해 무선 사업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보조금 마케팅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은 많이 나아지지 못했다.
보험업계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생명보험은 자산 성장과 부채의 부담, 금리 하락 등으로 당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62.9% 증가했지만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등으로 9.2% 감소했다.
액정표시장치(LCD)는 올해 상반기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의 영향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하반기 선진국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요 저하로 부진했다.
○ 제약·은행은 부진
지난해 제약업계는 외형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수익성도 떨어졌다.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리베이트 쌍벌제 등 정책의 영향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매출이 줄고 수익성도 악화됐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 반영돼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에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요약된다”며 “올해도 정부의 가격 정책에 따라 가격이 눌려 있는 업종은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수 있고, 해외에서 어느 정도 활약하느냐에 따라 업체의 성적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