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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이집트]30년 독재종식 결의 다지는 시위현장

입력 | 2011-02-01 03:00:00

도심 장악한 시위대 “오늘 100만명 궐기 총파업”




이집트 사태가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가 1일 대규모 총파업과 100만 명 총궐기대회를 선언한 가운데 정부는 시민들의 참가를 막기 위해 31일 전국의 열차 운행마저 일제히 중단시키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치안공백 상태로 방치된 시내 질서를 회복하려고 경찰을 재투입했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31일 오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는 당국의 통금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시위사태에서 최대 규모인 15만 명가량의 시민이 모였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

이들 가운데 수천 명은 전날 밤부터 철야 시위를 해왔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야당과 대화하고 민주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시위대는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광장을 사수하겠다”며 30년 독재의 종식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1일의 총궐기대회에 이어 금요일인 4일이 이번 시위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서는 매주 금요일 많은 사람이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회당)에 가기 때문에 4일 전국에 수없이 산재한 모스크에서 대규모 군중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 시위 7일째 지속…주요 도시기능 마비

31일 수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타흐리르 광장에는 군용 장갑차가 눈에 띄고 헬리콥터도 상공에 간간이 보였다. 군인들은 시위대들이 탱크에 적은 반정부 구호 낙서를 지우는 것 외에는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었다. 시위대는 이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들은 현 정권의 퇴진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30일부터 이틀 동안 타흐리르 광장을 비롯해 시내 중심가는 점점 세를 불려나가는 시위대들에 완전히 장악된 모습이다. 이집트 당국은 질서 유지를 위해 통금시간을 기존의 오후 4시에서 오후 3시부터로 당기고 이틀 동안 철수시켰던 경찰을 재배치했으나 시위대는 개의치 않았다. 31일 시위대는 사복 경찰의 광장 진입을 막기 위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했고, 실제 경찰로 지목된 한 사람은 군중의 공격을 받았다가 군이 공포탄을 쏘면서 이들을 해산시켜 겨우 구조됐다.

이날 오후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민들의 비난을 받던 하비브 알아들리 내무장관을 교체하는 등의 인사쇄신안을 공개했다. 새 내무장관에는 군경 출신의 마흐무드 와그디 씨가 임명됐다.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은 부총리를 겸임하게 됐다. 재무장관과 무역장관도 교체됐다. 한편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30일 탄타위 국방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장시간 대화한 것으로 알려져 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 도시기능 스톱

식량난과 연료난이 심해지는 등 경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CNN은 “잇단 시위와 통금 조치 등으로 상점이 문을 닫고 주민들이 빵이나 쌀 같은 생필품을 확보하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이 차단되고 문을 닫는 학교와 회사가 늘어나면서 카이로 등 주요 도시의 기능은 멈춘 상태다. 주유소에서는 기름이 동났고 은행의 현금입출금기는 약탈을 당했거나 고장이 난 채 방치돼 있었다. 어쩌다 문을 연 가게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생수가 평소 가격의 세 배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도시 곳곳에서는 경찰이 빠져나간 틈을 타 약탈 행위가 빈번해지자 시민들이 곤봉과 총칼로 무장하고 자체 경비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군인과 시민이 함께 조를 짜 방범활동을 벌이는 곳도 있었다. 군인들은 탈주범을 잡기 위해 도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했지만 국민들은 거리를 활보하는 수천 명의 범죄자 때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괴한들이 난입했던 이집트 국립박물관의 피해는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의 고대유물최고위원회는 “박물관은 현재 안전하며 괴한들이 훼손한 문화재도 원상태에 가깝게 복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시위대의 도움을 받아 박물관에 난입해 유물을 파손한 혐의로 9명을 체포하고 손상된 미라의 두개골 2점과 기타 유물을 회수했다.

○ 각국 사태 대응에 분주

서방 등 각국은 이집트 사태의 해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30일 통화에서 “이집트에 정치개혁을 위한 질서있고 포괄적인 진전이 필요하다”며 “시위 진압 과정에서 폭력이 사용돼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1979년이후 처음으로 비상사태를 맞은 이집트의 군병력이 시나이 반도에 진주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31일 밝혔다.

카이로=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