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개헌과 정치개혁에 관한 정치세력과의 대화’를 지시함에 따라 이집트의 대선 관련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야당 유력인사들이 사실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현 이집트 헌법에서 대선에 나서려면 의회 상하원과 지방의회 의원 등 2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권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같은 야당 인사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봉쇄돼 있는 것이다.
6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일단 9월로 예정돼 있다. 1981년 권좌에 오른 무바라크 대통령은 5선에 성공했고 올해 6번째 연임을 노리고 있었다. 2005년 헌법 개정으로 처음 실시된 직선제 선거에서 당시 무바라크 대통령은 88.6%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그전까지 이집트는 454명으로 구성된 하원에서 단일후보를 선출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당락을 정하는 방식이었다.
무바라크 체제의 변혁은 필수적으로 이집트 선거제도의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정치집단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되겠지만 선거시행 시점도 9월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