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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찾은 ‘잊혀진 역사’ 보고서

입력 | 2011-02-02 03:00:00

성곡미술관 나현 ‘…2008∼2011’展
매머드 발자취-실종 佛군인 주제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나현 씨의 ‘보고서-민족에 관하여’전은 다큐와 픽션을 결합한 전시다. 그가 수집한 오브제, 사진 등 실증적 자료와 상상력 및 주관적 해석이 개입된 작품이 뒤섞여 있다. 사진 제공 성곡미술관

현대미술 전시장이 아니라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다. 유리장 안에 낡은 모자와 가방, 공책과 지도 등 물건들이 놓여 있다. 또 다른 전시실에 들어서면 나무 서랍장 속에 희귀한 흑백 사진들이 나란히 자리한다. 자료와 오브제, 설치작품이 어우러진 전시는 진실과 허구의 틈새를 파고들며 관객에게 사유의 퍼즐을 선사한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나현 씨(41)의 ‘보고서-민족에 관하여 2008∼2011’전의 풍경이다. 나 씨는 머리뿐 아니라 발로 뛰는 작업을 해온 르포형 작가다. 잊혀졌거나 잊혀지고 있는 역사적 사건과 사실을 뼈대로 삼은 뒤 인문학과 인류학을 넘나드는 치밀한 조사와 연구 과정에 작가적 상상력을 결합해 전시를 만들어낸다. 그에게 전시란 2, 3년 동안 자신이 답사하고 힘들게 찾아낸 사실과 자료를 나름의 설명과 해석을 곁들여 집대성한 일종의 결과 보고서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선 6·25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프랑스 군인들을 생존자와 자료를 통해 추적하는 ‘실종’ 프로젝트, 원시시대 매머드가 소금을 찾아 이동했다는 바이칼∼시베리아∼신안염전으로 이어지는 길 ‘매머드 스텝’을 따라가는 작가의 체험이 큰 뼈대를 이룬다. 소금을 찾아 이동한 매머드를 따라 인류도 이동했다는 가설에 맞춰 자신이 찾아간 지역의 풍물과 풍속, 풍습을 채집한 뒤 이를 설치와 사진, 영상 등 시각적으로 다채롭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다큐와 픽션을 결합한 그의 프로젝트는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가 진실인가’ ‘객관적 진실이란 존재하는가’ ‘민족이 갖는 공통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작업과 함께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제작한 ‘물에 그린 다리 풍경’과 경기도미술관에서 했던 물 드로잉 퍼포먼스 결과물도 전시해 작가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4000∼5000원. 02-737-765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