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화두형, 정몽구-감독형 구본무-배려형, 최태원-대화형, 정준양-경청형
현장경영 스타일을 보면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이나 개성이 드러난다. 다른 주요 대기업 회장들은 어떨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우리 회사에는 회장님이 한 번도 찾아주신 적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계열사가 있을 정도로 다른 총수들에 비해 비교적 계열사 사업장 방문이 적은 편이다. 사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는 삼성그룹의 책임경영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삼성그룹 회장이 아니라 삼성전자 회장이어서 계열사 방문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장감독형’이다. 국내외 사업장을 자주 방문하며 간혹 예고 없이 찾을 때도 있다. 현장에서는 생산라인과 제품을 꼼꼼히 살핀다. 현장에서 불호령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취임 반년도 안 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장이 정 회장 방문 직후 교체된 데 대해선 “회장의 현장 방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질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 공장에서 내가 봤더니 딱 불합격이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장에 불시 방문을 자주 하는 것은 LG그룹 구본무 회장도 비슷하지만, 구 회장의 경우에는 자신을 맞이하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뜻에서 그런다는 게 LG그룹 측 설명이다. 수행 인원도 꼭 필요한 1, 2명으로 한정하고 떠들썩하지 않게 사업장을 찾는 ‘배려형’이라고 한다.
다른 총수들에 비해 나이가 젊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스킨십형’이다. 국내 사업장뿐 아니라 해외 법인을 가서도 가능한 한 많은 부서를 돌고 짧게라도 현장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SK서린사옥 5층부터 33층까지 모든 사무실을 돌며 2000명이 넘는 임직원과 악수하고 일일이 “수고했다” “내년에는 더욱 건승해라” 등의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최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즐기고 테니스 등 운동을 같이 하기도 한다.
전문경영인인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계열사보다는 고객 회사나 협력업체를 찾는 편이다. 지난해 9월 9일에는 시화공단에 있는 2차 협력업체인 하나금속 생산 현장을 방문해 감사를 표하고 애로사항을 들었으며, 일주일 뒤인 9월 16일에는 광양·순천지역 산업단지에 가서 2∼4차 협력업체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포스코 측은 “정 회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가 경청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열린 경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