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는 0.32%… 매출액은 9.8%
2002년 6월 5일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현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화두(話頭)로 던진 이른바 ‘천재 경영론’이다. 이 회장은 사장들이 직접 나서서 해외 석박사급 인재를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8년 반이 지났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154조6300억 원, 영업이익 17조3000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HP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된 것이다.
삼성의 성공 비결로는 오너의 빠른 의사결정, 효율적인 계열사 구조 등이 꼽힌다. 인재 경영 또한 삼성의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동아일보는 자산총액 100억 원 이상인 1만7422개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55개 삼성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삼성 출신 임원들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은 기업 수로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 전체의 0.32%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9년 말 기준 실적으로 봤을 때 삼성 계열사의 매출 합계(220조667억 원)는 전체 기업 매출(2249조9048억 원)의 9.8%를 차지했다. 삼성의 평균적인 계열사 한 곳이 국내의 평균적인 기업 30곳 수준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같은 시점 삼성의 자산총계는 전체 기업의 8.2%, 영업이익은 13.0%, 순이익은 22.3%를 각각 차지했다. 순이익으로만 보면 삼성 계열사 한 곳이 국내 평균적인 기업 70곳의 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렇게 삼성 계열사의 실적이 뛰어났던 이유는 단연 삼성전자 덕분이었다. 2009년 삼성전자 1개 기업의 매출(138조9936억 원)과 순이익(10조2299억 원)은 국내 전체 기업 매출의 6.1%, 순이익의 12.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의 IT 계열사 출신 임원은 국내 IT 업종에 종사하는 전체 기업 임원 7200명 가운데 1472명으로 20.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비교해도 삼성 계열사의 평균 실적은 전체 기업 평균의 10배를 넘는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으로 대표되는 금융 계열사와 삼성물산 제일모직 호텔신라 등 건설·제조·유통·서비스 업종을 망라하는 다양한 계열사 덕분이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