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의 뜻깊은 설
손재호 1기사(왼쪽)가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의 어머니 문악이 씨 집을 찾아온 가족 및 친구들에게 피랍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삼호주얼리호 1기사 손재호 씨(53)는 설날인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1리 어머니 문악이 씨(81) 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손 씨는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성묘를 다녀온 뒤 친척들이 찾아와 한마디씩 덕담을 건네자 그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다. 문 씨는 “이제야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이 실감 난다”며 연방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피랍 18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눈물의 상봉을 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에게 이번 설날은 어느 해보다 뜻 깊은 명절이었다. 선원들은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온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누며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조리장 정상현 씨(57)는 가족과 함께 경남 김해시 자택에서 조촐하게 설을 보냈다. 부인 김정숙 씨(51)는 “정신이 없어 설 차례상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며 “남편과 설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며 기뻐했다. 정 씨는 “7일경 다른 선원과 함께 석 선장 병문안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원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3항사 최진경 씨(25)는 전남 화순군 계소리 집에서 아버지 최영수 씨(52)와 어머니 김미선 씨(51), 누나, 여동생과 차례를 지내며 단란한 한때를 보냈다. 어머니 김 씨는 “아들이 힘들어할까 봐 그때 일은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며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은데 아들이 잘 먹지를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화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