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실적을 공시한 현대자동차그룹 7개 상장 계열사 중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현대하이스코 등 5개사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현대차그룹 7개 상장회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7개사를 합친 지난해 매출액은 96조3859억 원, 영업이익은 8조2738억 원, 당기순이익은 11조4538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5.0%, 영업이익은 45.3%, 당기순이익은 53.6%가 각각 늘어난 것이다.
○ 매출보다 이익이 더 증가
현대차그룹 42개 계열사 중 상장회사는 8개다. 이 중 HMC투자증권은 3월 결산이기 때문에 지난해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실적이 공개된 7개 계열사만 놓고 보면 매출보다는 영업이익, 영업이익보다는 당기순이익의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성장성 지표인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더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영업이익에 잡히지 않는 해외법인의 실적 호전에 힘입은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15개 해외 판매법인은 지난해 모두 흑자를 나타냈고 이는 현대차의 지분법 평가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비상장 계열사는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현대위아, 파워텍 등 완성차 회사 실적과 연동되는 부품회사가 많아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상장 계열사의 실적까지 합하면 그룹 전체의 순이익만 1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양날의 칼’ 수직계열화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들이 지난해 눈부신 실적을 올린 것은 기본적으로 완성차 회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에 힘입은 결과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정점으로 그룹이 수직계열화돼 있는데, 이 때문에 완성차 실적이 좋으면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 실적도 좋아지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는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자동차부품업계 글로벌 톱5’라는 중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60%까지 줄이기로 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는 69%(현대차 41%, 기아차 28%)였다.
2월 상장을 앞둔 현대위아도 ‘2020년 매출 20조 원 달성, 20대 글로벌 부품기업 도약’을 골자로 한 중장기 비전에서 84.5%에 이르는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를 2020년 65%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글로비스도 자동차 운송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