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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夫人이 幼而學之는…

입력 | 2011-02-07 03:00:00


‘양혜왕·하’ 제9장에서 맹자는 도목수와 큰 나무의 비유를 들어, 어진 이를 등용하더라도 그에게 합당한 職任(직임)을 맡겨 그의 이상을 실천할 수 있게 하여야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맹자는 도목수가 큰 나무를 얻으면 왕께서는 이만한 나무이면 궁궐 지탱의 임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겨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그 큰 나무를 목수들이 작게 깎아버리면 그것으로는 궁궐 지탱의 임무를 감당할 수 없으리라 여겨 노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왕은 어진 이를 등용하되 그로 하여금 어려서부터 배워 온 것을 버리고 자신을 따르라 하니, 이것은 마치 목수들이 큰 나무를 작게 깎아버리는 것과 같지 않으냐고 맹자는 힐문한 것이다.

夫는 발어사이다. 幼는 ‘어려서’, 壯은 ‘장성해서’로 모두 시간부사이다. 學之와 行之의 之는 그 지시 내용이 문면에 나타나 있지 않다. 先王 이래의 大道로서 존중되는 仁義의 왕도정치론을 가리킨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王曰 이하 從我까지는 맹자가 왕의 말을 가설한 것이다. 姑는 ‘잠시, 짐짓’의 뜻을 나타낸다. 舍는 버릴 捨(사)의 옛 글자이다. 女는 2인칭의 汝와 같다. 從我는 나를 따르라는 말로, 당시의 제후들이 추구하는 覇道(패도)를 따르라는 뜻이다. 何如는 어떻겠느냐고 반문하는 말이다.

전국시대의 제후들은 혹 어진 이를 등용하더라도 그들이 배운 이상의 정치를 실행할 기회를 주지 않고 오히려 제후의 욕망을 실천하는 수단을 모색하도록 강요했다. 그렇기에 맹자는 그 상황을 힐난한 것이다. 그런데 맹자의 힐난은 현대사회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누구나 어려서 正義에 대해 배우고 또 젊어서는 그 실천을 꿈꾸었거늘 사회 현실은 때때로 그 배운 것을 버리도록 강요하지 않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