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부터 2년 반 동안 평양에서 영국대사로 근무한 존 에버라드 씨가 의문을 풀 실마리를 제공했다. 에버라드 씨는 미국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북한 장마당에서 ‘대한민국’이나 ‘WFP(세계식량계획)’라고 적힌 자루에 담긴 쌀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우리 정부나 국제구호단체가 지원한 식량이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김정일 일가, 당과 군의 실력자 등 권력자들 손에 들어갔다가 장마당에서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 특권층은 주민의 굶주림까지 악용해 이중의 장사를 하는 셈이다.
▷에버라드 씨는 북한 장마당이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파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은 장마당에서 공개 처형, 홍수 등 여러 지역의 큰 사건에 대해 전해 듣는다”며 “지금은 이집트 사태가 장마당의 주요 화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 전역에 소식이 알려지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던 것이 요즘은 3, 4일이면 퍼져 장마당이 ‘뉴스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한테 장마당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다. 정보 유통의 파장이 두렵기는 하지만 배급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장마당을 없앨 수도 없다. 북한은 2009년 1월 장마당을 폐쇄했다가 5개월 만에 무릎을 꿇고 전면 허용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