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 하던 근성, 공부에 적용했더니 전교석차 400등 UP
한때 ‘운동광’이었던 서울 청원고 1학년 조충열 군은 이제 ‘공부광’이 됐다. 운동할 때 배운 근성으로 공부에 매달려 전교 660명 중 536등이던 성적을 114등까지 끌어올렸다.
인터넷 강의 완벽히 이해될 때까지 ‘듣고 또 듣고’
수업내용 빠짐없이 필기하는 등 수업태도도 바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자 ‘운동 잘하는’ 학생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변신을 꾀했던 조 군. 첫 번째 목표는 반 배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시험 한 달 전부터 고1 교과서와 자습서를 읽고 또 읽었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으니…. 전교 660명 중 536등을 했다.
공부의 장벽은 높았다. ‘공부를 시작하기엔 이미 늦은 게 아닐까’ ‘공부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운동에 올인(다걸기)해 예체능계로 나가야 할까’ 고민했다. 흔들리는 조 군의 마음을 다잡아준 것은 형이었다.
쪽지에는 ‘네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후회하지 않도록 이 책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적혀있었다. 조 군은 자신의 인생 롤 모델인 형이 선물해준 책을 밑줄 쳐가며 읽기 시작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있었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인용한 다음 글귀였다.
‘우매한 사람은 학문을 경멸하고, 단순한 사람은 학문을 찬양하며, 현명한 사람은 학문을 이용한다.’
공부를 포기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운동할 때의 근성이 공부에서도 샘솟았다. 우선 운동시간을 하루 4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남은 시간에 서울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을 들었다. ‘오늘 들은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는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TV 기능이 없는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도 구입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구간반복 기능을 이용해 4, 5회 반복해 들었다.
수업태도도 바뀌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필기를 전혀 하지 않아 늘 학기가 끝날 때에도 새것 같던 그의 노트. 조 군은 한 케이블TV 채널에서 방영한 ‘80일만에 서울대가기’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필기법을 무작정 따라했다.
조 군의 고1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 73점. 전교 660명 중 174등이었다. ‘공부도 운동처럼 노력한 만큼 실력이 쌓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적은 매번 오르지 않았다. 1학기 기말고사 땐 되레 전교 242등. 평균 60점대로 떨어졌다. 개의치 않았다. 성적이 떨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왜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보완책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학교수업시간에 필기한 내용이 인강에도 나왔다면 예전처럼 한 번 더 반복해 적었지만, 이제부턴 ‘인강에도 나왔던 내용’이란 뜻의 주황색 볼펜으로 밑줄만 쫙 긋고 넘어갔다.
조 군의 2학기 성적은? 중간·기말고사 평균 74점으로 전교 666명 중 114등. 1년 전 반 배치고사와 비교했을 땐 전교 등수를 400등 가량 끌어올리며 ‘중상위권’에 안착한 것이다.
“목표는 경찰대나 고려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하는 것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하지만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는 현장에 제가 서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웃음)?”(조 군)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