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직은 해외투자형 상품에 대한 거액 자산가들의 신뢰가 크게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2005∼2008년과 같은 해외투자 열풍 수준은 아니라 해도, 조금씩 해외투자에 대한 거액 자산가들의 문의와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이 현장에서 느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다.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 따라 2011년 해외투자에 대한 거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첫째, 현재의 금리는 거액자산가들이 원하는 수준의 실질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금리는 상승했으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피부로 느끼는 실질금리 수준은 오히려 작년 말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해외투자의 발목을 잡았던 원화 강세 현상이 점차 진정되고 있다. 다만 당분간 거액자산가들은 해외투자에 있어서도 지수 전반에 대한 투자보다는 초과수익이 가능한 업종과 기업에 대한 조심스러우면서도 선택적인 투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 랩 관련 투자설명회 열기를 보면 그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충분하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매우 충실했던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통해 수동적인 분산투자가 무조건적으로 옳은 투자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거액자산가들이 깨우쳤기 때문이다. 또한 개별기업이나 업종 차원의 상승은 가능하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의 상승을 견인할 만한 유동성과 경기 모멘텀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지수 전반에 대한 투자를 제약하는 부담 요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견조한 실적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 기업들 역시 무수히 많다. 신흥시장 소비경제 회복과 더불어 이제는 내수시장 회복이라는 호재까지 등에 업게 된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좋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자고 나면 도시 하나가 생겨난다는 중국의 거대한 소비경제를 기반으로 한 현지기업들도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가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의 거액자산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린 수익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해외투자를 활용하되, 가치가 성장하는 핵심 업종 및 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경 삼성증권 UHNW사업부장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