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는 옷깃과 소매란 뜻이다. 옷차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그 부분이어서 조직의 우두머리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조선 후기 유학자 송시열은 효종과 당시엔 드물었던 독대(獨對)를 해 서인 노론의 ‘영수’임을 과시했다. 근래에 영수회담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담판’을 벌이는 자리가 됐다. 하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을 ‘영수회담’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에 냉소적이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의 이른바 ‘영수회담’이 국민을 위한 ‘큰 정치’는커녕 이름값도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영수는 무슨 얼어 죽을 영수’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백악관에 초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해 야당인 공화당과 협력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원 다수파가 된 공화당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다. 미국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는 일은 일상적인 정치 행위다. 우리처럼 영수회담이라는 거창한 문패도 없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