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H그룹 회장의 맏며느리 이모 씨(49)는 장남인 남편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시아버지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시동생과 시누이 남편에게 뒤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 씨는 2009년 10월 지인인 세무회계법인 사무장 백모 씨(55)에게 손아래 동서(시동생의 부인)와 시누이 남편의 뒤를 캐 각자 불륜관계 등의 약점이 있는지 파악해 달라고 부탁했다.
백 씨는 뒷조사가 쉽지 않자 심부름센터 대표 김모 씨(37)를 시켜 이들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의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내도록 했다. 김 씨는 이를 알아내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담아 백 씨에게 넘겼고 백 씨는 이를 다시 이 씨에게 건넸다.
이 씨는 또 이들의 다른 약점을 들춰내기 위해 손아래 동서 등이 거래하고 있던 H은행의 여직원에게 부탁해 예금 잔액과 만기일 등 금융거래정보를 17차례에 걸쳐 넘겨받았다.
그러나 이 씨는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고 초조한 마음에 김 씨를 질책하다 심부름센터 비용의 환불을 요구했다. 김 씨는 이에 불만을 품고 시누이 남편 측에 사생활을 뒤진 사실을 알려줬고 이를 전해들은 H그룹 회장은 이 씨를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석)는 7일 이 씨와 백 씨, 김 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