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책은 연방, 시행은 주정부가 협업체제日 지자체서 11개국어 법률상담 지역밀착
유럽: 유럽의 대표적 다문화국인 프랑스는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사회보장 혜택을 대부분 적용해 준다. 따라서 다문화와 관련된 복지 현안이 많다. 이 때문에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위해 부처간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07년 들어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정권은 이민부를 신설했다. 20년 전부터 내무, 외교, 사법부 등으로 나뉘어 있던 이주민 관련 법적, 제도적 문제를 통합 조정하고 다른 부처 및 지방자치 단체와의 정책 협조를 유기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개각에서 이민부는 ‘내무부’에 통합됐다. 집시 추방과 불법 체류자 추방 등 강경한 대외정책을 주도한다는 비판에 따른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후문이다.
덴마크는 난민·이민·통합부가, 네덜란드는 법무부 산하의 외국인 정책 및 통합 담당 장관이, 스웨덴은 법무부 산하의 통합 및 젠더 정책 장관이 이주민들의 입국부터 정착, 보호 등에 대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일본: 일본은 다문화가정 지원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단체와 협조해 전담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거시적 대책보다 미시적 접근이 실질적이라는 판단에서다.
2008년 말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22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4%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일본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외국인은 25만 명. 전체 외국인의 11%가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도쿄 인근 요코하마(橫濱) 시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쓰루미(鶴見) 구와 미나미(南) 구는 지난해 10월 자체 비용으로 ‘국제교류라운지’라는 외국인 교류센터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국제결혼에 실패한 외국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적 자문을 마련한 지자체도 생겼다. 일본에서 국제결혼 가정이 5번째로 많은 니가타(新潟) 현에서는 지난해 말 이 지역 변호사회가 외국인 지원 시민단체 및 행정 관계자들과 함께 ‘무료법률상담회’를 개설했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나 친권문제 등이 발생하면 외국인 배우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외국어로 법률적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상담이 가능한 외국어만도 영어 등 11개 국어에 이른다.
미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음력설을 맞은 2일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축하성명을 냈다. 백악관이 세계 각국의 명절에 맞춰 축하의 메시지를 내는 건 다문화사회의 전통을 존중한다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다.
태생부터 다문화사회인 미국에는 최근 두 개의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08∼2009년 인구센서스 자료를 보면 새로 결혼한 일곱 쌍 가운데 한 쌍이 다른 인종이나 민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난 것. 2009년만 보면 다인종 간 결혼은 전체 결혼 중 9%로 1980년에 비해 2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은 50개 주가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히스패닉계 이민자가 많은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에서는 스페인어가 준공용어로 사용된다. 뉴욕에선 선거 투표용지에 한국어 표기도 등장했다. 특정 언어 유권자가 1만 명 이상 거주할 경우 해당 언어로 된 안내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