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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연욱]일본의 지역정당 돌풍

입력 | 2011-02-08 20:00:00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우리나라 정당은 한나라당 민주당을 비롯해 모두 21개다. 국회에 단 1석이라도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정당은 8개(38%)다. 의석도 없는 군소정당을 포함해 선관위에 등록된 모든 정당은 ‘전국 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당을 만들려면 16개 시도 중에서 5개 이상의 시도당을 두도록 정당법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정당의 제도화는 특정 지역에 기댄 지역주의 정당을 극복하기 위한 취지다.

▷일본은 정당 설립요건이 느슨해 지역 단위의 맞춤형 정치를 지향하는 지역 정당도 적지 않다. 이 지역 정당이 요즘 일본 정치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6일 실시된 나고야(名古屋) 시와 아이치(愛知) 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지역 정당 후보들이 집권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 자민당 등 거대 정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작년 4월 ‘감세(減稅)일본’이라는 이름의 지역 정당을 창당한 가와무라 다카시 현 나고야 시장(62)은 ‘시민세 10% 감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압승했다. 아이치 현에선 가와무라 시장과 제휴한 지역 정당 ‘일본제일아이치회’ 소속 후보가 2위 후보보다 3배나 많은 몰표를 얻었다.

▷지역 정당 돌풍의 원조 격인 인물은 변호사 출신으로 ‘오사카유신회’를 이끌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부(府) 지사(39)다. 오사카 주민들은 그가 기성 정치권이 엄두도 못 내던 재정개혁에 도전하자 70∼80%대의 지지율로 응원했다. 오사카유신회는 지방의회 의석도 과반이나 확보해 오사카 시(市)와 오사카 부를 합친 ‘오사카 도(都)’ 구상을 밀어붙일 태세다. 일본의 광역자치단위로 도(都) 도(道) 부(府) 현(縣)이 있는데 현재 도(都)는 ‘도쿄 도’ 하나밖에 없다.

▷일본 언론은 지역 정당들이 각광받고 있는 데 대해 “기존 정치의 구태에 신물이 난 지방유권자의 반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신생 ‘동네 정당’들이 거대한 기성 정당에 실망한 표심(票心)의 틈새를 잘 공략했다는 얘기다. 한국에는 일본과 같은 형태의 지역 정당은 없지만 영호남과 충청권을 ‘텃밭’으로 삼는 지역 당은 있다. 이들 정당에 대한 지역 주민의 불만이 크다. ‘지방재정개혁당’ ‘포퓰리즘격파당’ 같은 참신한 지역 정당이 나온다면 승산이 없을까.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