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일본 경기침체 등으로 선진국 증시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한국은 코스피가 20% 이상 상승했고 PER도 과거 10년간 평균의 10배에 근접했다. 올해도 재차 상승하며 2,100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뉴스도 많다. 중국이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유럽은 부채 축소와 경기부양이라는 딜레마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안으로는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고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둔필승총, 과거에 비춰 보면 지금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과거 분석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업종의 2007년 수주 물량 779억 달러와 2010년 400억 달러를 비교하면 조선주 주가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등 다양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뤘다.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면 조선주 주가 상승을 누리지 못했을지 모른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둔필승총의 정신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과거를 잊고 의도적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한국 증시의 위상이 변하고 있고 국내 기업도 과거와는 다른 구도에서 선전하는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운용총괄 상무(C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