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주택을 짓는 목수인 필자는 몇 년 전 펜션 건축에 참여하느라 겨울을 태안과 안면도에서 보낸 적이 있다. 객지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아무래도 먹는 것이 부실해지고 따라서 몸이 축나기 쉬운데 그 탓인지 가끔 몸살을 앓는 경우가 있다.
그 겨울 만리포에서 일하던 중 몸살이 났다. 몸도 쑤셨지만 무엇보다 입맛이 없어 뭘 먹어도 모래를 씹는 것 같아 문제. 객지에서 몸이 아프면 안 그래도 서글픈데 입맛까지 없으니 딱 죽을 맛이었다. 지역의 동료 목수들이 걱정을 실어 바지락죽, 주꾸미 등 갖은 음식을 보내왔지만 입에 대지 못하던 중 우연히 간 간재미 무침 전문식당을 찾았다. 어떤 음식도 마다하던 입맛이 미나리와 쪽파가 듬뿍 들어간 간재미 무침의 새콤달콤함에 깨어났고, 이튿날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가오리 종류인 간재미는 사철 잡히는 어종으로 대개 3∼6월까지를 제철로 친다. 여름철 산란을 앞두고 두툼하게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번 자전거 투어에서는 몇년 전 몸살을 앓을 때 입맛을 되찾아줬던 간재미가 생각나 안면도 방포항의 한 간재미집을 찾아가 오랜만에 간재미무침을 맛봤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며 추위에 시달린 뒤끝에 차가운 음식인 무침이 어떨까 싶었으나 서해의 겨울 간재미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