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간에 여기저기 돈 나갈 것이 걱정됐던 택시운전사 박모 씨(52)는 설 연휴 전인 1일 아침부터 2일 저녁까지 밤을 새워가며 36시간이 넘게 운전을 했다. 잠을 못 자 상당히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린 박 씨는 설 전날인 2일 저녁 뿌듯한 마음으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큰형 집을 찾았다.
잠을 자야 했지만 이날 모인 박 씨 등 4형제는 반가운 마음에 저녁부터 고스톱 판을 벌였다. 물론 큰 돈이 오간 도박이 아니라 재미 삼아 친 것. 하지만 오랜만에 모인 형제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음 날 아침 차례를 치르기 직전까지 고스톱을 즐겼다. 박 씨로서는 거의 이틀 정도 잠을 안 잔 것.
3일 오후 동대문구 제기동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박 씨는 큰형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를 한 뒤 잠을 청했다. 하지만 박 씨는 잠시 후 갑자기 “꺽” 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고 곧 숨졌다. 박 씨의 사인은 심근경색.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가 쌓인데다 밤새 무리를 하며 고스톱을 친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