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 가는 北대표단 8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단이 한국군의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 회담을 시작해 세 차례의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오후 7시 10분까지 회담 의제와 일정을 논의했다. 회담에 앞서 남측 대표인 문상균 대령(국방부 북한정책과장)과 북측 대표인 이선권 대좌(대령급)는 회담장 로비에서 악수하며 “잘 되겠죠”라고 인사를 나눴다. 이날 군사실무회담은 지난해 9월 30일 이후 4개월여 만이다.
회담 말미에 북측은 “밤을 새워서라도 계속하자”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남측의 제지로 9일 오전에 속개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양측이 큰 틀에서 고위급 회담의 필요성에 이견이 없고, 북이 회담 개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9일 실무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고위급 회담의 수석대표 격(格) 논쟁
하지만 김영춘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급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다음이고, 이영호는 지난해 9·28 당대표자 회의에서 후계자인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 모두 정치적으로 부총리급 이상의 대우를 받아 남북 회담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특히 김영춘은 2009년부터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 시력과 청력이 손상돼 회담에 나서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7, 8명,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5, 6명으로 구성돼 있어 이들 중 수석대표를 내세우겠다는 게 북한의 복안이다. 이 경우 대외업무를 총괄하면서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9월 서울을 다녀간 박재경 부부장이나 대남 강경파이면서 협상전술에 능란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 북,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개최 거론
이날 회담에서 남측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 확약이 있어야만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 북측에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만을 다루려는 것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강변하면서 ‘쌍방 군부 사이의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의 중지’를 의제로 삼을 것을 요구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북측은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개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