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개헌 문제를 논의하는 의원총회 첫날 전체 의원 171명 가운데 130명이 참석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30여 명도 자리를 같이해 일단 논의의 모양새는 갖춘 셈이다. 의총에선 친이(친이명박)계 25명이 발언에 나서 23명이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개헌 추진이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의 당론이었고, 단임의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초래되는 폐해를 거론했다. 국민의 기본권 같은 중요한 헌법 조항도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차명진 김성태 두 의원은 “개헌의 진정성과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했다. 친박계는 한 명도 발언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1일 신년 방송좌담에서 “권력구조만이 아니고 21세기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개헌은 선진일류국가를 만들려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산해야 부패를 없앨 수 있고, 그래야 청렴하고 공정한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런 논리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권력구조 문제만 해도 정파와 의원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시대상황에 맞게 전반적으로 헌법을 손보자면 얼마나 많은 논란과 갈등을 치러야 할지 모를 일이다.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가 마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개헌에 따른 복잡다단한 상황이 순탄하게 굴러갈지 의문이다. 더구나 다른 중요한 국정 및 민생 현안들을 제쳐두고 매달려야 할 만큼 개헌이 당장 그렇게 절실한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친박계는 개헌 추진을 ‘친이계 결집으로 내년 대선 판을 흔들어 박근혜 전 대표를 흠집내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의심한다. 당장 한나라당의 벽부터 넘기가 쉽지 않을진대 무슨 수로 정치권과 국민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세종시 수정 논란 때처럼 또다시 아까운 시간과 정치적 정력만 낭비한 채 아무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서는 우를 범하기 쉽다. 오늘 의총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가망이 있든 없든 깨끗이 결판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