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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를 보내며 - ‘부활’ 리더 김태원

입력 | 2011-02-09 03:00:00

“동서양 아우른 슬픈 멜로디, 내 음악의 사부로 영원히…”




“지나치게 강렬하지 않고 멜로디가 서정적이며 슬픈 감정을 잘 표현했다.” 김태원은 7일 세상을 뜬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의 음악을 이렇게 평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공연장에서 언제나 ‘파리지엔 워크웨이스’를 연주했죠. 게리 무어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면서, 기타를 잡고 처음 사람들 앞에 섰던 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려고요.”

구슬픈 멜로디를 토해내며 떨다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른 리듬으로 내달리던 전설적 록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 그가 58세의 나이에 7일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자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록 그룹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사진)도 무어의 죽음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 그는 1985년 부활의 전신 밴드인 ‘디 엔드’에서 활동할 때 늘 ‘파리지엔…’을 연주했다.

“무어의 음악이 날 기타리스트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음악적 사부라고 봐야죠. 지금 내 기타 톤은 무어의 것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어요.”

1952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무어는 1970년 더블린에서 결성된 록 밴드 ‘스키드로’의 기타리스트로 데뷔했다. 1979년 솔로로 나선 뒤엔 특유의 블루스 록 음악으로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그중 ‘파리지엔…’과 ‘엠티 룸’ ‘스틸 갓 더 블루스’처럼 구슬프고 서정적인 곡들은 특히 한국에서 사랑받았다.

무어는 심장병 때문에 비행기를 잘 타지 않지만 지난해 4월엔 서울 내한 공연을 위해 이례적으로 장시간 비행의 위험을 무릅썼다. 김태원은 당시 스케줄이 겹쳐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고 했다. “나중에 영상으로 공연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무어만의 느낌은 그대로 살아있었죠.”

 

김태원은 무어가 동서양을 넘나드는 유일한 기타리스트라고 평가했다. 지미 페이지나 에릭 클랩턴의 경우 영미풍의 음악 스타일을 띠지만 무어의 음악은 동양적 멜로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원도 무대에서 ‘파리지엔…’을 연주하다 바로 한국의 ‘무정부르스’로 넘어가는 패턴을 선보이곤 했다.

“두 곡을 섞어도 어색하지 않아요. 너무 강렬하지 않으면서 멜로디가 들리고, 서정적이죠. 그리고 슬픈 감정을 굉장히 잘 표현하는 그의 음악이 마음에 와 닿죠.”

무어의 곡들 중 ‘더 로너’ ‘엠티 룸’ ‘올웨이스 거너 러브 유’ ‘파리지엔…’ 순으로 좋아한다는 김태원은 생전에 그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해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만난 거나 다름없어요. 음악으로 만났으니까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