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국인의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꼬집었다. 2003년 방한 때 한 한국 여기자로부터 “왜 한국 젊은이들이 지구 반대편 이라크로 가서 죽고 다쳐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50여 년 전 미국이 자기 나라의 젊은이들을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한국은 어떻게 됐을까”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그의 국방부 집무실 책상에는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이 놓여 있었다. 남한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북한은 암흑천지인 사진이다.
▷그는 2002년 12월 당시 노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관계를 재검토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하자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이 국방비를 더 많이 분담하기를 원하던 그는 뒷날 노 대통령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기라는 요구를 받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미제(美帝)’의 고리를 끊는다고 한 일이 그쪽에서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청하지는 못하나 바라는 바)으로 받아들여진 것을 노 대통령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이제 고인이라 물어볼 수도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