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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새 통신기술 ‘플래시링크’ 세계 첫 개발

입력 | 2011-02-10 03:00:00

“기지국 안거치고 휴대전화끼리 직통”




시골 장터는 사라졌지만 도시의 아파트에는 매주 장이 들어선다. 농산물 산지의 농민들이 직접 트럭에 생산물을 싣고 도시를 찾는 직거래 장터다. 소비자는 대형 마트보다 싼값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할 수 있어 좋고 생산자는 유통업자에게 파는 것보다 비싼 값에 농산물을 팔 수 있어 이익이다.

통신에도 이런 직거래 방식을 모방한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분산형 네트워크 기술’이라는 이 기술은 원리가 농산물 직거래와 다를 바 없다. 그동안 유통업자 노릇을 해온 통신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휴대전화와 휴대전화를 바로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 기지국 없는 통신

퀄컴은 9일 ‘플래시링크’라는 새로운 통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퀄컴은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손잡고 이 기술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험할 계획이다. 퀄컴으로서는 가입자가 2500만 명이 넘는 SK텔레콤과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SK텔레콤도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 때문에 늘어난 데이터통화 부담을 이 기술로 어느 정도 덜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종태 SK텔레콤 네트웍기술원장은 “근접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한 퀄컴의 플래시링크는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플래시링크 기술을 사용하면 휴대전화가 기존처럼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도 다른 휴대전화와 자체적으로 통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바로 옆에 앉은 두 친구가 서로 온라인게임을 하려 해도 일단 두 대의 휴대전화가 각각 통신사 기지국에 접속해 데이터를 보낸 뒤 통신사 기지국이 이를 서로의 휴대전화로 중계해 줘야 통신이 가능했다. 데이터가 몰리면 기지국에 부담이 생겨 연결이 끊어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플래시링크는 이를 서로의 휴대전화로 바로 연결해 주기 때문에 연결도 안정적이고 통신사의 부담도 없다. 게다가 통신 반경이 최대 1km에 이르기 때문에 동영상 수업 등을 하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동영상 콘텐츠를 주고받는 데도 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무선랜(WiFi) 관련 표준을 만드는 국제기구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도 지난해 ‘와이파이 다이렉트’라는 플래시링크와 비슷한 새로운 기술 표준을 만든 바 있다. 현재 인텔과 브로드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관련 기술을 사용한 노트북컴퓨터와 통신장비 등을 만들어 시장에 시험적으로 내놓은 상태다.

○ 근거리 사용자 무료통화 가능

플래시링크와 와이파이 다이렉트처럼 기지국 없는 통신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사들은 지금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통화를 감당하기 위해 기지국을 늘리고 통신망을 증설하는 등 시설투자에 많은 돈을 써왔다. 하지만 새로운 분산형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돈을 크게 아낄 수 있다. 또 이론적으로는 음성데이터를 주고받을 때도 이런 기술을 사용해 가까운 거리의 사용자끼리 무료로 통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통신사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새 수익모델을 만들어 비용 증가를 대체할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일정 지역에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인쿠폰을 발행한다거나 이벤트 광고를 해도 통신망 부담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에드 넵 퀄컴 수석부사장은 “플래시링크의 분산형 통신 방식은 통신사의 기존 이동통신망을 자연스럽게 확장시켜 지역 광고나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을 효율적으로 하게 돕는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