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첫 번째 기대 효과는 달성 가능하다.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건설용 봉형강, 자동차용 강판, 특수 강관 등 다양한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된다. 사실 일본의 철강업계는 도요타, 닛산자동차와 같은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일본 내 생산 비중을 줄이고, 신흥시장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경쟁력 저하 문제가 불거져 왔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러한 경쟁력 저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두 번째 기대 효과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워낙에 기업별로 세분돼 있어서 두 회사가 합병해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1%에 그친다. 거래 상대방인 철광석 및 석탄 채굴업의 경우 점유율 상위 3사가 65%에 이르는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3.1%로는 가격결정력을 갖기 어렵다.
반면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25병에 이르고, 매출의 80%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카콜라를 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길 건너 가게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제품이라는 것이다. 차이는 가격결정력에 있다. 코카콜라의 최고경영자(CEO)와 해서웨이 안감 회사의 CEO 중 ‘가격 인상’이라는 의사결정을 누가 더 쉽게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투자 결정은 간단해진다. 버핏도 이를 깨달은 후 섬유 사업을 정리했다고 한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의 경기 회복 신호에 환호하면서도 인플레이션 부담과 북아프리카 정치 리스크, 중국의 추가긴축 우려를 떠올리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런 때일수록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산업, 그래서 가격결정력을 갖고 있는 기업에 집중하는 버핏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