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노동파업 새 불씨로
잠시 주춤했던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화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위대가 이번 주 또 한 번의 100만 명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 청년조직 간부인 칼레드 압델 하미드 씨는 9일 “금요일인 11일을 ‘100만 항의의 날’로 정했다”며 “이번에는 타흐리르 광장뿐만 아니라 카이로 내 다수의 장소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시위대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버티면서 소모전으로 이끌고 있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투쟁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 날에는 휴식을 취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400km 떨어진 엘카르고에서 8일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발포에 맞서 경찰서와 법원, 집권 국민민주당의 지역당사를 불태웠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연간 세계 해상 물동량의 8%를 차지해 세계가 주목하는 수에즈 운하에서도 노동자의 연좌농성이 벌어졌다. 이날 수에즈 운하의 작동 및 관리를 담당하는 수에즈운하국(SCA) 산하 5개사 소속 노동자 6000여 명이 무기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고 이집트 인터넷매체 알하람온라인이 전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 동참에도 이날 수에즈 운하의 통행은 차질을 빚지 않았다. 알하람온라인은 이날 선박 46척이 운하를 통과했다며 당분간은 운하 통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당국이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SCA의 무함마드 모타이르 이사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운하 통행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회사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한 석유 물동량이 하루 100만 배럴에 달해 운하 통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수에즈에서는 국영 통신사 소속 노동자 200여 명과 철강 노동자 1300여 명도 시위에 나섰고 실직 청년 2000여 명은 일자리를 달라며 국영 정유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지역의 프랑스 시멘트 제조업체 라파르주사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