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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잇따른 화산 분화… 우리에겐 ‘바다 건너 불’?

입력 | 2011-02-10 03:00:00

여름까지 폭발땐 바뀐 계절풍 타고 화산재 몰려올 수도




천리안 위성이 7일 오전 9시 15분에 촬영한 일본 규슈의 화산 폭발 위성영상이다. 화산재가 겨울철 서북풍을 받아 동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여름철이 되면 남풍이나 동남풍을 타고 한반도 쪽으로 확산될 수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

한국은 최근 연속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일본의 화산에서 내뿜는 화산재의 피해는 없지만 분화가 여름까지 장기화하면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 규슈 남쪽 지역은 현재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이 지역 신모에다케(新燃岳·해발 1421m)는 지난달 27일부터 폭발적 분화를 일으키고 있고, 미나미다케(南岳·1060m)도 7일부터 폭발적 분화를 시작했다. 가고시마 현은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로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동북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한반도는 현재까지 아무런 영향이 없다. 화산재 대부분은 겨울에 부는 계절풍인 북풍과 서북풍을 타고 일본 동남쪽의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화산 분화가 여름철까지 계속되면 한반도에도 화산재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 김승범 연구관은 “계절풍의 방향이 바뀌는 여름에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규슈 화산이 내뿜은 화산재가 한반도로 넘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조건은 ‘풍향(기압배치)’과 ‘화산의 분출 높이’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포함하는 동북아시아는 여름철에 남풍이나 동남풍이 분다. 북태평양에 강한 고기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고기압이 동해 쪽 먼 곳에 형성되면 바람은 일본 열도를 타고 규슈를 거쳐 한반도를 지나게 된다. 이때까지 화산이 계속해서 화산재를 내뿜으면 바람을 타고 한반도에 떨어지게 된다.

일본 신모에다케 화산

화산이 화산재를 뿜어내는 분출 높이도 중요하다. 화산재 높이가 1∼2km로 낮으면 한반도에 닿기 전에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고도 5km 이상이면 계절풍보다 중위도에 강하게 발생하는 편서풍을 타고 대부분 동쪽으로 흐르게 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김 연구관은 “분출 높이가 3∼4km일 때 화산재가 가장 많이 한반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풍향과 분출 높이에 대한 정확한 조건은 앞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의 화산재 분출 높이는 2∼3km에 이를 때도 있어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다.

한국에 화산재가 다량 유입되면 여러 가지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기상청 지진감시과 오용해 과장은 “옛날에는 화산재가 농작물을 덮어 피해를 줬지만 최근에는 의료기기나 정밀 제어장비에 고장을 일으키고 항공기 운항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며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단지가 많은 지역에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지면 제품 불량률이 증가하거나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