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 씨는 부동산값이 치솟은 2006년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지금까지 이자만 갚아가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편인 B 씨는 의료비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협동조합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려 쓴 금융 부채가 지난해 말 900조 원을 돌파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연평균 12%의 급증세다.
우리의 가계부채 부담이 외국보다는 덜하다는 주장도 있다. 2009년 말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6%로 92∼111%였던 일본 미국 영국보다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 나라에서 이 비율은 2006년 이후 낮아진 데 비해 한국은 계속 높아졌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소득이 줄고 고용이 불안해지자 미국 등 주요국 가계는 긴축을 했다. 반면에 한국의 가계는 소득 이상의 소비를 하느라 빚을 더 냈다.
지금까지는 저금리와 주가상승 덕에 큰 사고가 없었지만 올해에는 금리 인상 추세에 따라 가계가 부실화할 우려가 커졌다. 이자 부담이 늘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조사했더니 빚을 낸 가구의 72%가 “원리금 갚기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출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18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급증하고 있는 국가채무 가운데 국민이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절반을 넘는다. 공공기관 부채도 곳곳에 숨어 있다. 국가 공공기관 가계, 세 곳 모두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저마다 돈 쓸 일만 궁리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5%를 웃도느니 뭐니 떠들지만 어디서 둑이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