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원의 24시
○오전 7시··· 잠시도 멍 때려선 안 된다, 영어듣기 시작!
기숙학원은 학교처럼 규칙적인 일과표에 따라 운영된다. 기상 후 오전, 오후 정규수업을 듣고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한다. 마음이 흐트러지기 쉬운 재수시절에는 이런 생활의 틀이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을 안 하곤 못 배기는 수험생이라면 기숙학원의 정해진 스케줄에 따르는 것이 유혹으로부터 피하는 길이다.
기숙학원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 반경이다. 각 숙소의 스피커에선 발랄한 최신가요가 흘러나온다. 가까스로 눈을 뜨고 뒤척이다가 “기상”을 외치는 생활관리 강사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자율학습실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학생들도 운동장으로 나온다.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면서 잠을 완전히 떨쳐내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공부하자!’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
오전 8시. 기다리던 아침식사 시간이다. 오늘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에 김치, 장조림, 채소샐러드, 새우 동그랑땡. 친구들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다보면 외로움도 스트레스도 잠시 잊는다.
오전 9시. 1교시 시작이다. 낮 12시 50분 점심시간까지 오전 수업은 계속된다. 고3 때 다 배운 줄 알았는데 수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걸 깨닫게 되는 이유는 뭘까? ‘아, 이 개념이 이런 의미였단 말이지?’ ‘이 문제를 저런 식으로 풀면 간단하구나!’ 졸릴 때면 강의를 무조건 받아 적는다.
드디어 점심시간. 양껏 먹고 뛰어나가 신나게 운동을 한다. 책상에 엎드려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친구들도 있다.
○ 오후 2시…졸음이 밀려온다, 얼른 일어나 교실 뒤로!
대부분의 기숙학원이 전년도 수능 성적과 레벨테스트를 통해 수준별, 목표대학별로 반을 편성한다. 많은 학원이 서울대반, 의·치·한의대반으로 대표되는 최상위권반과 고려대, 연세대반으로 불리는 상위권반, 서울소재 중상위권 대학반인 중상위권반, 서울소재 대학반인 중하위권반의 4단계로 레벨을 나눈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수업을 들으니 강의 난이도도 적당하고 친구들과 그룹 스터디를 하기도 편하다.
오후수업이 끝나고 나면 자율학습이 계속된다. 기숙학원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건 집에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도 모두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점이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은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학과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위해 메모한다.
○ 오후 11시… 당직 교과 강사에게 틀린 문제 묻기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싶지만 자율학습 때 졸리면 안 되니까 밥을 두어 숟가락 덜어내고 반찬도 적당히 담는다.
오후 11시 반까지 공부할 것들을 학습 플래너에 정리한다. 요즘은 기숙학원에 학습과 입시와 관련된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강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학습컨설팅 때 계획한대로 이번 주에는 외국어영역에서 취약한 ‘빈칸 넣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 계획이다.
다시 자율학습이다. 서두르지 않는다.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문제풀이를 한다. 기숙학원의 자율학습은 대개 오후 11시 반까지. 그러나 희망자에 한해 그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자율학습은 1인 1좌석으로 운영되는 지정 독서실에서 이뤄진다. 24시간 당직 강사가 있기 때문에 자습시간에도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 깜박 잠이 들면 생활관리 담당강사가 다가와 깨워준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