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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영어듣기→ 수업→ 자율학습 “하루 24시간이 부족해~”

입력 | 2011-02-11 03:00:00

기숙학원의 24시




 

《재수생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유롭고 싶지만 그럴 처지가 안 된다. 학교수업, 자율학습으로 꽉 짜여졌던 빡빡한 일상에서 ‘공식적’으로는 탈출했지만 또 한 번의 실패를 반복할 수 없기에 마음을 다잡아야한다. 주변의 유혹에 약하고 절제력이 부족한 재수생이라면 기숙학원을 추천할만하다. 이곳에선 공부와 관련된 것 외엔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도 안 된다. 일부 기숙학원에선 이성과의 대화도 금지한다. 기숙학원에 들어가는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로 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재수를 결심한 학생 중 일부는 이미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기숙학원에서 공부와 씨름하고 있다. 기숙학원의 24시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오전 7시··· 잠시도 멍 때려선 안 된다, 영어듣기 시작!

기숙학원은 학교처럼 규칙적인 일과표에 따라 운영된다. 기상 후 오전, 오후 정규수업을 듣고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한다. 마음이 흐트러지기 쉬운 재수시절에는 이런 생활의 틀이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을 안 하곤 못 배기는 수험생이라면 기숙학원의 정해진 스케줄에 따르는 것이 유혹으로부터 피하는 길이다.

기숙학원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 반경이다. 각 숙소의 스피커에선 발랄한 최신가요가 흘러나온다. 가까스로 눈을 뜨고 뒤척이다가 “기상”을 외치는 생활관리 강사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자율학습실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학생들도 운동장으로 나온다.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면서 잠을 완전히 떨쳐내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공부하자!’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

오전 7시엔 교실에 앉는다. 잠시도 멍 때려선 안 된다. ‘영어듣기’ 시간이기 때문이다. 매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과 똑같이 영어듣기 17문항을 듣고 문제를 푼다. 영어듣기는 순간의 실수가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연습이 중요하다. 기숙학원에선 실전에서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매일 아침 듣기훈련을 한다.

오전 8시. 기다리던 아침식사 시간이다. 오늘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에 김치, 장조림, 채소샐러드, 새우 동그랑땡. 친구들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다보면 외로움도 스트레스도 잠시 잊는다.

오전 9시. 1교시 시작이다. 낮 12시 50분 점심시간까지 오전 수업은 계속된다. 고3 때 다 배운 줄 알았는데 수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걸 깨닫게 되는 이유는 뭘까? ‘아, 이 개념이 이런 의미였단 말이지?’ ‘이 문제를 저런 식으로 풀면 간단하구나!’ 졸릴 때면 강의를 무조건 받아 적는다.

드디어 점심시간. 양껏 먹고 뛰어나가 신나게 운동을 한다. 책상에 엎드려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친구들도 있다.
○ 오후 2시…졸음이 밀려온다, 얼른 일어나 교실 뒤로!

대부분의 기숙학원이 전년도 수능 성적과 레벨테스트를 통해 수준별, 목표대학별로 반을 편성한다. 많은 학원이 서울대반, 의·치·한의대반으로 대표되는 최상위권반과 고려대, 연세대반으로 불리는 상위권반, 서울소재 중상위권 대학반인 중상위권반, 서울소재 대학반인 중하위권반의 4단계로 레벨을 나눈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수업을 들으니 강의 난이도도 적당하고 친구들과 그룹 스터디를 하기도 편하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오후 수업이 이어진다. 졸음이 밀려온다. 고3 때 같으면 책을 세워놓고 엎드려 눈을 붙였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자신과 타협을 하다보면 또 한 번의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얼른 일어나 교실 뒤에 선다. 벌써 세 명이나 서서 수업을 듣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칠판을 바라본다.

오후수업이 끝나고 나면 자율학습이 계속된다. 기숙학원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건 집에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도 모두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점이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은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학과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위해 메모한다.
○ 오후 11시… 당직 교과 강사에게 틀린 문제 묻기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싶지만 자율학습 때 졸리면 안 되니까 밥을 두어 숟가락 덜어내고 반찬도 적당히 담는다.

오후 11시 반까지 공부할 것들을 학습 플래너에 정리한다. 요즘은 기숙학원에 학습과 입시와 관련된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강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학습컨설팅 때 계획한대로 이번 주에는 외국어영역에서 취약한 ‘빈칸 넣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 계획이다.

다시 자율학습이다. 서두르지 않는다.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문제풀이를 한다. 기숙학원의 자율학습은 대개 오후 11시 반까지. 그러나 희망자에 한해 그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자율학습은 1인 1좌석으로 운영되는 지정 독서실에서 이뤄진다. 24시간 당직 강사가 있기 때문에 자습시간에도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 깜박 잠이 들면 생활관리 담당강사가 다가와 깨워준다.

벌써 오후 11시 반이다. 오늘은 밤 12시 반까지만 공부할 계획이다. 아직 정신은 말짱하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재수는 장기 레이스다. ‘페이스’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