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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판결문에 ‘1박2일’까지 거론한 까닭은?

입력 | 2011-02-10 15:25:15


보조금 사기 사건 재판을 하면서 잘못된 관행을 부추기는 농민과 자치단체를 통렬하게 비판해 눈길을 끈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 현 판사. (광주 광주지법=연합뉴스)

광주지법 한 법관이 유명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까지 거론하며 허술한 정부 보조금 사업에 대한 경종을 울려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4단독 박현 판사는 지난 9일 선고한 산양삼 재배단지 조성사업 보조금 사기사건의 판결문을 통해 "농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각종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시행자인 자치단체가 형식적으로 현장을 실사하는 등 국가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고 전남 화순군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박 판사는 "화순군은 보조금을 지급할 때 농가가 적정한 절차와 세금계산서 등 근거 서류를 갖추고 실제로 사업을 시행했는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실하지 않은 농민들에 대해서도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농민들은 국가가 주는 돈은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먼저 먹은 자가 임자'라는 생각으로 허위로 보조금을 타내고 있다"며 "실제로 보조금을 받는 농민들은 농사보다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눈먼 돈이나 찾아다니는 사람들이고, 실제 가난으로 배움이 없어 묵묵히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은 보조금 사기범들에 관대한 법원의 판결도 문제 삼았다.

그는 "종래 법원은 농민들을 약자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보조금을 반환하든 말든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수사기관의 무관심, 법원의 선처가 지속된다면 국가의 세금 낭비는 물론이고 보조금 사업으로 창출된 농산물 마저 불신을 받게돼, 농촌에는 보조금으로 지은 버려진 창고와 온실, 축사, 잡초가 무성한 농지만 남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산양삼에 대한 신뢰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박 판사는 "사업 지침이 해발 600m 이상 산지 5㏊ 이상 규모의 무농약,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산양삼에서 채취한 종자와 생산된 묘삼만 인정하고 있는 만큼 출처가 불분명한 산양삼 종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또 "산지의 원형을 변형해 대규모로 조성한 재배지에 설사 산양삼 종묘를 심었다고 하더라도 인삼포와 무엇이 다른지, 산삼의 효능에 버금간다는 산양삼이 그런 곳에서 나올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유명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도 나왔던 화순산 산양삼은 재판장의 신뢰를 잃었고, 화순군이 지원한 보조금 수십억 원은 의미 없이 야산에 뿌려진 낙엽이며 불량한 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용돈이 됐다"고 질타했다.

그는 "화순군 산양삼 재배사업이 성공하려면 종묘의 대량 구입 가능성, 재배 적지 선택, 효능에 대한 연구 등 원점에서부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박 판사는 이날 산양삼 재배단지 조성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뒤 허위 서류를 제출해 전남 화순군으로부터 보조금 1억2300여만 원을 부정하게 타 낸 혐의(사기)로 기소된 임모씨(61)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