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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물가상승은 ‘경제 건강’ 악화 예고하는 신호탄

입력 | 2011-02-11 03:00:00


물가가 빨리 오르면서 경제정책 선택이 어려워졌다. 그동안 유지됐던 저금리와 고환율을 정상화하는 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시장금리가 낮고 환율이 높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3년 만기 국채금리 수준, 경상수지가 연간 270억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의 환율 수준을 자연스럽다고 보긴 어렵다.

금리가 높아지고 환율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경제 성장의 속도가 떨어질 것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도 다소간의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책당국이 금리 상승과 환율 절상을 용인하는 데 분명한 의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경제 정책에는 나쁜 면과 좋은 면이 공존한다.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정 수준의 금리와 환율을 유지시킬 때 우리 경제가 얻는 것도 많다는 얘기다.

그동안의 저금리, 고환율 정책은 물가 상승 이외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경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저금리, 고환율 현상이 야기해온 문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저금리, 고환율 현상은 경제 주체들의 금리, 환율 의존도를 높여 왔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낮은 금리가 유발한 부채 확대는 이제 금리가 급하게 올라갈 때 경제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는 수준까지 진행됐다. 그런데 저금리를 유지하면 부채가 더 늘어난다. 만약 부채가 더 늘어난 상태에서 다른 요인에 의해 자산이 감소하거나 금리가 오르면 가계가 받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연도 문제다. 금리가 낮고 환율이 높으니 기업들의 구조조정 유인이 줄어든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능력보다 규모를 늘리게 되고, 그 상태에서 내외부적 요인으로 금리가 높아지고 환율이 떨어지면 이전보다 우리 경제가 받는 부정적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금의 단기 부동화나 외환시장의 불안정성 문제도 해당된다. 금리가 낮으니 모두 더 나은 투자 기회를 기다리면서 자금을 단기화한다. 또한 환율 하락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환시장 개입이나 자본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선택되고, 정책이 변화할 때마다 환율이 크게 변동한다. 자금의 단기화나 환율 변동성의 확대는 경제 주체들의 실물, 금융 투자에 쏠림 현상을 야기한다. 결국 경제 주체들이 저금리, 고환율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은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금융위기라는 충격으로 몸이 허약해졌던 지난 2년간은 기름진 음식으로 빨리 기운을 차려야 했다. 이 때문에 체력이 빠르게 회복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상을 회복하면 기름진 음식은 몸 구석구석에 불필요한 기름이 끼게 한다. 장기적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은 앞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음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적절한 대응을 통해 경제의 장기적인 건강을 꾀해야 할 시점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