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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뒷맛 개운찮은 공정위원장 - 유통CEO 간담회

입력 | 2011-02-11 03:00:00


9일 열린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9개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석한 CEO 전원이 간담회 시작 10분 전에 입장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간담회 시작 30분 전에 도착한 백화점 대표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입장을 기다리며 나눈 CEO들의 대화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한 CEO는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만난 것이 반가운 듯 “(간담회 덕분에) 오랜만에 얼굴들 보니 좋다”면서도 “그래도 공직에서 보자고 하는 것은 무섭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정부와 재계가 무릎을 맞대고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는 많아도 좋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김 위원장이 대기업 CEO들과 3일 연속으로 만나는 릴레이 간담회의 첫날 일정이라 그런지 급조된 감이 없지 않았다.

이날 CEO들을 맞이하는 공정위 간부의 첫 인사는 “갑자기 뵙자고 했는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간담회 일정을 사흘 전에야 전달받았다는 회사도 있었다. 정부가 연일 ‘상생’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막강한 규제권을 가진 공정위 위원장이 주선한 간담회에 혼자만 빠질 수가 없어서, 같은 날 예정된 그룹 사장단 회의에 불참하고 간담회에 온 CEO도 있었다.

간담회도 서로 의견을 나누기보다는 정부 방침을 ‘통보받는’ 자리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CEO들은 앞서 김 위원장이 모두 발언에서 추진 계획을 밝힌 △대규모 소매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 △2분기 중 판매 수수료 공개와 공개 정례화 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를 “차분하긴 했지만 같은 사안을 보는 공정위와 기업 사이의 확연한 시각차를 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김 위원장과 CEO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임이 매우 유익했고 정례화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기자들을 불러놓고 CEO들 면전에 대고 대형 유통사의 부당행위에 대해 지적하는 자리를 CEO들이 정말 정례화하고 싶은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약 간담회가 또 이뤄진다면 만남 그 자체가 아닌 생산적 결과를 내는 데 의미를 두는 모임이 되길 바란다.

우정렬 산업부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