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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CEO 엘롭 “우리 플랫폼 불타… 얼음바다로 뛰어들어야”

입력 | 2011-02-11 03:00:00

■ 노키아CEO 엘롭, 직원들에 대혁신 촉구 메시지




“지금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의 스티브 엘롭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직원들에게 혁명적 변화를 주문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엘롭 CEO는 사원들에게 보낸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form)’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e메일에서 “북해의 석유 시추 플랫폼에서 일하던 한 남자가 어느 날 깨어나 플랫폼이 불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으나 죽음을 무릅쓰고 대서양 얼음 바다로 뛰어들었듯 우리 회사도 화염에 휩싸여 있다. 우리도 얼음바다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폰이 처음 나온 것이 2007년인데 우리는 아직도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구글의 휴대전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나온 지 2년 남짓 됐는데 안드로이드는 이번 주에 스마트폰 판매대수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나는 이런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애플은 디자인만 좋다면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산다는 것을, 그리고 개발자들이 좋은 애플리케이션만 내놓으면 팔린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애플과 구글은 게임방식을 바꿔버렸다. 이들이 고급, 중급의 점심을 먹는 동안 노키아는 주변만 맴돌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에 가솔린을 부었고 책임감도 부족했으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회사를 끌고 갈 리더십도 부족했다. 빨리 혁신하지도 못했고, 내부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그는 “이제 회사를 바꾸기 위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면서 “(앞서 소개한 석유시추선의 남자는) 플랫폼이 불타고 있었기에 자신의 행동을 바꿨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과감하고 용감하게 발걸음을 뗐다.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어도비와 주니퍼 네트웍스 등에서 근무했던 소프트웨어 전문가 엘롭 CEO는 지난해 9월 신임 CEO로 영입돼 과연 ‘노키아의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는 11일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투자 및 사업 설명회를 열고 취임 이후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청사진에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에서 노키아의 스마트폰 OS 심비안을 앞지른 구글의 안드로이드 및 MS의 윈도모바일 사용 등 타 회사와의 협력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심비안을 버릴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엘롭 CEO는 이날 핵심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