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가업 이어온 ‘세왕’ 日수출 물꼬… 中에도 공장
충북 진천군 덕산면영농조합법인 세왕의 이규행 대표.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동아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할아버지의 금고 편)에 등장해 인기를 누렸던 덕산면영농조합법인 세왕(옛 덕산양조장). 충북 진천의 80년 가업(家業)으로 3대째 전통 술을 빚고 있는 이곳의 쌀 막걸리가 특유의 감칠맛으로 일본 공략에 나섰다.
10일 세왕에 따르면 이 막걸리 8400L(1200만 원 상당)가 1일 오사카에 처음 수출됐다. 세왕은 일본 시장을 지켜본 뒤 수출 물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규행 대표(50)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맛을 본 일본인들의 반응이 좋아 전문 수출업체와 함께 수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 막걸리는 질 좋기로 소문난 진천 쌀을 원료로 만들었다. 술을 빚는 모든 공정이 전통 제조방법인 수(手)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신선한 쌀 원료의 맛과 살아있는 효모균으로 톡 쏘는 청량감과 깔끔한 맛이 특징. 현대인의 입맛에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3대 가업 계승자인 이 대표는 서울에서 건설회사를 다니다 1996년 고향에 돌아와 술도가를 이어받았다. 1929년에 시작한 이 술도가는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전나무와 삼나무를 이용해 만든 곳으로, 문화재청에 등록(58호)될 정도로 우리 고유의 술맛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09년 본사 건물 인근에 오크통을 형상화한 저온저장고 건물과 술 항아리를 본뜬 시음장 등을 만들었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건축가와 음식 전문가, 학생들의 견학장소 및 관광지로 인기를 끌면서 하루 평균 30여 명이 다녀가고 있다. 이곳 막걸리는 중국 시장 공략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막걸리의 맛을 알게 된 중국의 한 사업가가 제의해 와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 룽징(龍井)에 1만8000여 m²(약 5940평) 규모의 막걸리 생산 시설을 짓게 된 것이다. 올해 말 중국 전역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에서 양조학을 배우고 있는 이 대표는 “우리의 옛 방식대로 제조 비법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을 접목해 막걸리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진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