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동원 진압’ 시사 등 강경 대응… 美“개혁안 불충분”노동자 파업 전국 확산속 오늘 100만인 집회 ‘분수령’
카이로 도심 촛불 행진 9일(현지 시간)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가 카이로 시내 중심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며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카이로=로이터 연합뉴스
○ 시위대 오늘 100만인 집회
시위 17일째인 10일 카이로 시내의 버스운전사를 포함해 섬유 의료 업종 등의 노동자 수만 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또 이집트 북부에 있는 종업원 2만4000명의 직물공장에서 시위대에 동조하는 파업이 발생했고, 카이로 대형병원의 노동자 3000여 명이 병원을 빠져나와 시위대가 있는 타흐리르 광장 인근 국회 앞으로 행진하는 등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의사와 변호사 등 고수익 전문직 종사자도 집단적으로 시위에 참가했다.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반정부 집회를 이어갔다.
○ 이집트 정부 초강경 대응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교장관은 10일 “‘모험가’들이 개혁 과정을 장악한다면 군대가 헌법과 국가안보를 수호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그럴 경우 매우 위중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대를 동원한 강경진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오랫동안 국민의 신뢰를 받아온 군부가 발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론이 많지만 상부의 명령이 떨어질 경우 곳곳에서 큰 유혈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폭력 사용을 자제해온 군이 사실은 비밀리에 시위대 일부를 감금하고 고문해 왔다’는 보도(영국 일간 가디언)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개혁성 유화 조치도 내놨다. 검찰은 이날 전 상무장관을 비롯한 전임 장관 3명과 전 집권당 소속 재벌총수 한 명에 대해 부패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집트 당국은 미국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내정간섭을 한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가이트 장관은 9일 “미국이 아랍권에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고 있다”며 “언제나 최고의 관계를 유지해온 위대한 나라 이집트에 미국은 ‘지금, 당장, 즉시’라는 말을 사용하며 주문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은 “내정간섭 의도가 없다”면서도 이집트 정부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어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집트 정부가 야권과 대화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개혁방안들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부족함이 많다”며 “이집트의 ‘질서 있는 전환’이 지체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이 이집트 정부를 비판하거나 긴급조치법을 폐지하라고 조언하는 것을 (미국은) 간섭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