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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위의 핵은 15인 엘리트 결사대

입력 | 2011-02-11 03:00:00

인터넷 통해 시위 지휘… 정파 -종교 초월 연대




그들은 모두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한 1981년 전후에 태어났다. 카이로대 등 이집트 최고 학부에서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들로서 대부분 전문직인 의사나 변호사 컴퓨터엔지니어이다. 30년간 이어진 독재 속에서 경찰의 폭력과 야만을 경험했고 몇몇은 거듭된 체포와 고문도 겪어냈다. 체포와 납치의 위험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시위 소식을 알릴 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든 9일. 반정부시위 사태 초기부터 비밀리에 시위 계획을 세우고 시위대를 조직하며 경찰을 따돌려 온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인터넷과 기민함,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15인의 엘리트 결사대가 반정부시위를 떠받쳐 온 숨은 배후라고 전했다. 최근 정보요원들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뒤 얼굴이 알려진 와엘 고님 구글 중동·아프리카지역 마케팅담당 이사(31)도 그중 한 명이다.

이들 결사대원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각자의 종교와 정치적 이념이 있지만 자유주의 사회주의 무슬림형제단 등 반정부시위에 참여한 모든 정파와 구분 없이 교류한다. 정신과 의사인 샐리 무어 박사(32)는 이집트 기독교 분파인 콥트 기독교도이며 스스로 사회주의 여성주의자임을 밝힌 아일랜드계 이집트 여성이다. 그는 “나는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고 그들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평가는 냉정하다. 그는 “그들은 매우 잘 조직돼 있고 합법 정당을 원하지만 그들은 (정당을 가져도) 10% 이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 소속인 이슬람 로트피 변호사는 군소 좌파 정당과 교류한다. 조직과 이념에 대한 지지를 넓히기 위해서다. 자이드 엘 일레미 변호사(30)는 공산주의자이며 4차례 투옥과 고문을 겪어 팔다리가 여러 번 부러졌다. 반정부시위가 시작되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돕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기지와 민첩함, 조직력으로 시위 첫날 경찰을 따돌렸다. 카이로 중심부의 한 모스크(회교성원)에 시위 군중을 모을 것처럼 경찰에 허위 정보를 흘린 뒤 정작 시위대를 인근 빈민가에 모이게 했다. 특히 일레미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면서 그 전날 밤 몇몇 친구와 빈민가의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사람들을 이동시키고 광장으로 모을 수 있는지 ‘예행연습’을 했다. 실제 빈민들에게 다가가 시위 참여를 권할 때에는 ‘정치와 이념’을 강변하기보단 ‘빵과 일자리’ 탓에 겪는 그들의 설움을 먼저 물었다. 무어 박사는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한 뒤 광장 7곳에 응급의료센터를 열었다.

15인 결사대는 기존 야권 세력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로트피 변호사는 “그들(야당 원로들)은 무바라크 체제의 일부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언제고 그들을 길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적으로는 개인차를 존중한다. 로트피 변호사는 “이슬람은 음주를 금하지만 나는 그것이 개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이집트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대로 된 체제를 갖춘 정부라면 원숭이가 대통령이 되어도 난 괜찮다”고 답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