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다는데 걱정이에요. 우리 딸 꼭 붙어야 하는데…."
학부모 민모 씨(47·여)가 고사장 밖에서 초조하게 딸을 기다리며 말했다. 민 씨의 딸은 정시 '라'군 '강대' 입학시험을 쳤다. 대학 정시모집에는 가·나·다 군만 있지만, 정시모집이 끝난 뒤 재수학원 입시는 '라'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학 입시 못지않게 관문을 뚫기가 어렵다.
"강대가 무슨 대학이냐고요? 호호호. 강남대성학원 줄임말이잖아요. 사실 대학보다 들어가기 더 어려워요."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대성학원에서는 2000여명의 학생들이 학원 입학을 위한 시험을 치렀다. 전날부터 이틀간 시험을 치른 재수생은 총 4300여명. 이 가운데 200여명만이 학원에 입학할 수 있어 경쟁률은 21.5 대 1에 달했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 1200명은 '무시험 전형'으로 이미 학원에 등록한 상태다. 서초·강남 메가스터디나 종로학원 등도 입학시험 합격 경쟁률이 10 대 1을 훌쩍 넘었다. 일부 학생들은 여러 군데 학원을 돌며 시험을 보기도 한다.
학원 입시를 위해 다른 학원을 다니거나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은 기본. 민 씨의 딸은 두 달 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수학학원을 다니며 시험을 준비했다. 학부모 최모 씨(55·여)는 "우리 애는 동영상 강의만 들었다"며 "딸 친구는 '강대' 들어오려고 과외도 받았다는데 우리 애도 시킬 걸 후회된다"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일부 재수학원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학원의 화려한 대학 진학실적 때문이다. 강남대성학원 곳곳에는 서울대 합격자 명단이 자랑스레 나붙었다. 실제로 이 학원은 수능 성적으로 모집인원 1362명의 2배수를 선발한 서울대 정시모집 1차에서만 430명이 합격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강모 씨(46·여)는 "서울대 등 명문대에 학생들을 수백 명씩 보낸다고 해 딸이 수능 공부하듯이 학원 시험을 준비했다. 집이 지방이라 학원에 다니려면 학원비와 집 값 등 한 달 200만 원 정도가 들겠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별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의전원 폐지로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결심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늘었고, 인문계열 학생들도 명문대 경영대 진학을 노리면서 재수학원 입학 경쟁이 과열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