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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워렌 버핏이 날씨 시장으로 간 까닭은?

입력 | 2011-02-12 03:00:00

기업의 흥망성쇠 ‘날씨 경영’ 에 달렸다




날씨 예측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경영에 날씨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직원들이 간밤에 내린 눈으로 비행기 표면에 생긴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일본의 패션업체 유니클로는 2001년 가을과 겨울 사이의 기간이 유난히 길어질 것이란 장기 기상예보를 활용해 기록적인 영업 실적을 올렸다. 날씨에 맞춰 얇고 포근한 폴라폴리스 점퍼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자 보름 만에 무려 1500만 장이나 팔렸다. 일본 의류업계 사상 최단기간에 가장 많은 판매기록을 세운 것이다.

반면에 날씨 예측을 잘못하면 기업 경영이 실패해 경영자가 해고되는 수도 있다. 영국의 패션 전문 유통업체인 막스앤드스펜서는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에 생산량을 늘려 재고 부담을 가중시킨 최고경영자를 주주총회에서 물러나게 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날씨 경영을 도입해 매출도 늘리고 소비자 서비스의 질도 높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이란 편의점은 날씨를 활용하는 경영 노하우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역별 날씨 정보에 맞춰 가맹점들이 본사에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다. 날씨 변화에 따라 상품 구색을 갖춰놓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경쟁업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매장 내 상품 진열도 날씨 정보에 따라 수시로 바꿔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많은 기업이 날씨가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경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농업을 주업으로 삼았던 우리 조상들은 날씨의 변화를 세밀히 관찰해 농사에 활용하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만들기만 하면 잘 팔리는 고도 성장기가 지나고,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 이변이 잦아짐에 따라 날씨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 측면도 있다.

외국에서는 ‘날씨경영’의 활용 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국 새크라멘토 시는 한 공무원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날씨 파생상품을 도입해 51만 명의 주민이 싼값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와 달리 각 지자체가 전기를 생산해서 쓰고 있다.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새크라멘토는 가뭄이 들면 전력이 모자라 인근 도시로부터 사다 써야 하는데 가뭄 때는 전기 값이 치솟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든다. 그래서 가뭄이 들 때는 최고 2000만 달러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들어 전기 사용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새크라멘토의 경우처럼 기상이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주식왕 워런 버핏은 플로리다 주정부와 대규모 허리케인으로 피해가 발생할 때 40억 달러 규모의 주정부 채권을 매입하기로 하는 옵션계약을 맺었다. 주정부는 2억2400만 달러의 옵션을 구입함으로써 허리케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채권을 사줄 곳을 찾느라 애를 먹지 않아도 되었다. 허리케인 피해가 없을 경우에는 버핏이 2억2400만 달러를 앉아서 버는 것이다.

날씨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객이 몰려드는 사업이라면 날씨를 무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반대로 날씨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사업이 잘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날씨를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경영전문가가 아니라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유통업에서 건설 레저 해운 화장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날씨 경영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똑바로 일하라-성과는 일벌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일을 적게 하라!
제이슨 프라이드,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지음·정성묵 옮김
296쪽·1만4000원·21세기북스


“일 중독자들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하다.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미련하게 일할 것인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업체 ‘37시그널스’의 창립자인 저자들은 다소 불손하지만 발칙하게 자신들의 성공 비법을 들려준다.

일단 일 중독에서 벗어나라고 이들은 조언한다. 일 중독자들은 일을 더 키우기만 하고 주변의 사기를 떨어뜨리기까지 하며, 몸만 학대할 뿐 오히려 정상인보다 못한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은 성공에서 배우는 것만 못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들보다 일을 적게 하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각 장은 2쪽에 불과하며 어려운 전문용어나 중언부언하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만큼 각각의 조언은 단도직입적이면서 날카롭고 실용적이다. 평소 저자들이 경영 모토라고 소개한다는 ‘기본’과 ‘단순함’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소림사에서 쿵푸만 배우란 법은 없다
소림사-FBI에서 배우는 경영노하우
김근영 김상범 김진성 등 18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엮음
256쪽·1만2000원·삼성경제연구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기업들을 비롯해 중국의 소림사,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등 남다른 전략으로 변신에 성공해 탁월한 성과를 낸 여러 조직의 전략을 소개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소림사는 현재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1998년 소림사사업발전주식회사를 만들어 비즈니스계에 뛰어들어 이제 미디어, 의료, 유통 등의 분야를 넘나드는 대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중국의 위성 TV와 합작해 ‘중국 쿵푸 스타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수십 개의 무술 학원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전통 중의학 비법으로 병원 사업도 시작했다. 책은 “이 같은 소림사의 변신은 ‘변신은 과감히 하되 그 핵심가치는 지켜라’라는 비즈니스 혁신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 기네스북에 오른 자동차 판매왕의 이야기 등 창의적인 혁신 및 경영전략 등에 대해 영감을 주는 현장의 기록들을 담았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