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훈계도 들었지만… 이웃들 즐거워하면 그만”
최근 표창장 형태의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 시민들’ 캠페인 광고 등을 만든 광고 기획 이제석 씨. 그가 만든 표창장 광고(왼쪽)가 서울시내 곳곳에 내걸렸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 표창장은 서울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시내 곳곳에 내건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 시민들’이란 캠페인 광고다. 딱딱한 정책홍보만 하던 서울시에 훈훈한 유전자(DNA)를 심어준 주인공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광고 기획자 이제석 씨(30). 현재 예일대 디자인 아트스쿨에 다니는 이 씨를 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티는 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우리 이웃이 기뻐할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쩌면 어릴 적 한국에서 상 한 번 받지 못한 제 얘기일 수도….”
지방대(대구 계명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이 씨가 세계 무대로 나아가 인정받은 것을 두고 사람들은 소시민의 통쾌한 ‘역전극’이라고 말한다. 학벌주의가 만연한 한국이 오히려 뒤늦게 인재를 발견했기 때문. ‘금의환향’은 했지만 자신을 몰라준 한국과 서울을 위한 작업을 펼치는 게 껄끄럽지는 않을까. 이 씨는 “처음엔 나를 인정해주지 않은 한국을 향해 ‘오줌’도 누기 싫었지만 해외에 나가 보니 자연스레 애국자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씨는 사랑의 전화 마포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자살 방지’ 캠페인 광고를 만들고 있다. 그의 목표는 공익광고계의 ‘히틀러’가 되는 것이다. ‘폭군’이 되겠다는 뜻인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 광고를 통해 도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이죠. 혁신은 다른 데 있지 않아요. 초등학생, 구멍가게 아줌마도 웃을 수 있는 따뜻하고 재미난 소재면 충분합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