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7시경 서울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분홍색 후드 티셔츠에 다리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은 채모 씨(34)가 나타났다. 채 씨는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올겨울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인 ‘어그 부츠’를 신고 있었다. 남자다운 다부진 체격과 달리 의상은 화려했다. 목소리도 굵은 저음 대신 날카로운 고음이었다.
김모 씨(32·여)와 조모 씨(43) 일행을 비롯해 역무원 김모 씨(29) 등 승강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채 씨를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눈길로 바라보자 채 씨는 이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었지만 채 씨는 조 씨 일행과 역무원 김 씨 등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다리를 발로 수차례 걷어차다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