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구가 해적식 패권주의라면… 우린 나란히 가는 상생의 패권 추구”
중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정치학자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등 2명이 쓴 ‘중국은 무엇으로 떨쳐 일어서는가’는 “금융위기 이후에 찾아온 기회는 하늘이 중국에 내린 것”이라면서 평화적인 굴기를 위해 중국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짚고 있다. 특히 평화적 굴기에도 왜 군사력의 뒷받침이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중국의 미래에는 모델이 없다’는 책에서 저자 류양(劉仰) 씨는 “서방은 하나님이 아니고, 미국은 구세주도 아니었다. 과거 패권국가들의 해군은 해적의 본능을 가졌다”며 도발적 문제 제기에 나선다. ‘중국도 NO라고 말해야 한다’의 2탄 격인 ‘앵그리 차이나’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류 씨는 지난 500년간 서방 강국들은 타국의 부를 약탈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20세기에 등장한 다국적 기업은 ‘신식민주의 주구’로서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이 경제와 도덕을 겸비한 새로운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위스 제네바 고등국제관계연구원 샹란신(相藍欣) 교수는 ‘2025년 중국의 꿈’이라는 저서에서 중국의 부상은 이제 처음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東山再起)’이라며 “중국이 19세기 아편전쟁으로 질곡의 시대를 맞았으나 과거에는 좀 더 찬란한 중화문명이 있었다”며 “이제 서구 중심의 역사 기술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연구소 소장인 정융녠(鄭永年) 교수가 최근 내놓은 ‘중국 모델’은 “많은 개발도상국에 서방 국가의 발전 모델이 경제 사회적 발전이나 민주정치의 안정을 가져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중국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발전 양식이 서구에는 도전자이자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1등 강국, 중국의 꿈과 현실, 그리고 전략’은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인구 규모 등에서는 대국이 됐으나 과거 문화대국인 것에 비하면 문화적으로 빈약해 ‘거인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화적인 내실을 기하지 못하면 명실상부한 대국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