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 투쟁의 승리” 100만명 시위 인파 감격의 환호성
○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
11일 오전 타흐리르 광장은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가득 찼다.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이집트 국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광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광장을 차곡차곡 메웠다.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던 한 40대 남성은 “우리는 무바라크가 대통령궁에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가 대통령직을 그만두는 것이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떠나라’는 뜻의 아랍어 “이르할”을 소리 높여 외쳤다. AP통신은 시위대의 의지가 시위 발발 이래 가장 굳세어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를 무바라크 재임 30년 중 ‘최대 규모의 시위’로 만들겠다는 시위지도부의 다짐대로 인파가 몰려들어 광장에 배치된 군 탱크가 일찌감치 군중의 물결 속에 파묻혔다. 밤새 광장을 지킨 이들이 탱크의 캐터필러(무한궤도 바퀴)에 기대 쉬는 모습도 보였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 대한 불신도 가득했다. 전날 밤부터 시위대에 참여했다는 30대 후반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무바라크가 술레이만에게 권력을 넘겨줬다고 하지만 무바라크나 술레이만이나 똑같은 사람”이라며 “오랫동안 이집트 정보국장으로 일한 술레이만이 더 폭력적이고 음흉하다”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AL) 사무총장에 대한 평도 다르지 않았다. 이 교사는 “무사 사무총장도 무바라크 밑에서 10년 동안 외교장관을 한 사람”이라며 “그 역시 현 체제 인사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야권 지도자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반정부 시위로 위기에 처한 이집트 정권은 침몰하는 타이타닉과 같다”며 “연립정부에 권력을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분노의 함성으로 변한 희망의 축제
한편 이날 시위 현장에 투입된 군 장교들이 속속 시위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흐메드 알리 샤우만 이집트군 소령은 11일 로이터통신과의 통화에서 “대위에서 중령에 이르는 중간급 장교 약 15명이 시민혁명에 동참했고, 이들은 곧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적은 시민들의 목적과 같다”고 강조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