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와서 대충 묻고 가더니… 지하에서 시뻘건 물 줄줄”
“침출수 유출됐나…” 점검 11일 인천 강화군 불은면의 한 구제역 감염 가축 매몰지에서 군청 직원들이 침출수 유출이나 붕괴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매몰지 32곳 가운데 16곳에서 2차 환경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강화=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126-7. 남양주지역에서 맨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곳이다. 자식 같던 한우 137마리를 모두 매몰 처분했다는 김칠성 씨(48)의 텅 빈 축사 옆에는 가로 4m, 세로 20m, 깊이 5m 규모의 ‘소무덤’이 봉긋 솟아 있다. 매몰지를 돌아 나오자 곧바로 폭이 8m쯤 되는 사능천이 보인다. “지금은 겨울이라 말라 있지만 봄이 오면 물이 가득 흐를 겁니다.” 사능천을 따라 매몰지 세 곳이 나란히 솟아 있다. 각각 하천에서 20∼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11일 정부 현장조사단이 하루 전 조사를 벌인 한강 상류지역 구제역 감염 가축 매몰지를 동아일보 취재진이 찾았다. 하천에서 가까워 가축이 부패하면서 나온 썩은 물이 스며들면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킬 만한 곳이 눈에 띄었다. 진건읍의 한 매몰지에서 50여 m 떨어진 곳의 비닐하우스에서 대파 상추를 재배하는 양부승 씨(62)는 농사 걱정에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소를 매몰한 뒤 침출수가 나와 보수를 했지만 그 뒤로 아예 지하수가 끊겨버린 것. 매몰지 옆으로 펼쳐진 33만 m²(약 1만 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는 지하수를 끌어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 농작물을 재배한다.
경기 양평군 내리 305. 소 84마리를 키우며 농사를 짓는 정모 씨 집에서는 돼지 1300마리를 묻은 가로 70m, 세로 5m 크기의 매몰지가 훤히 보인다. 정 씨는 “1.5m 정도 파고 들어가니 물이 나와 더 못 파고 가축을 묻은 후 봉분을 2.5m 정도로 쌓더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을 묻을 때 4, 5m 깊이로 땅을 파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 정 씨는 “여름이 되면 인근 칠읍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려온 물로 집 앞 논밭은 물론이고 저쪽 돼지 묻은 곳까지 잠기는데 이제 날씨가 풀리면 어쩌느냐”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먹을 물도 걱정이다. 정 씨의 집을 포함해 인근 7가구는 매몰지 근처에서 퍼 올린 지하수를 먹고 있다. “돼지를 묻은 뒤로는 물 먹을 때도 찜찜해. 이상한 냄새는 안 나는지 계속 신경 쓰이고….”
내리를 관통하는 하천을 따라 올라가보니 가로 12m, 세로 3m인 작은 봉분이 또 나왔다. 이 매몰지에서 하천이 불과 10여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키우던 소 43마리를 모두 묻었다는 인근 축사 주인은 “집에서 걸어가면 1분도 안 걸리는 곳에 매몰지가 있는데 볼 때마다 속상해 죽겠다. 가축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이제 마실 물에 농사 걱정까지 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남양주=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