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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2차 오염’ 비상]날 풀리면 악취와의 전쟁

입력 | 2011-02-12 03:00:00

전국 매몰지 4200곳 ‘잔인한 3월’ 우려




‘제3차 오염원은 냄새?’

구제역 소나 돼지,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닭 등의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핏물과 썩은 물)에 의한 2차 환경재앙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만간 ‘악취’라는 ‘제3의 환경오염원’으로 감각(感覺)공해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환경공단은 11일 “경북 안동, 예천 등 구제역 매몰지 1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당장은 침출수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날씨가 풀리는 3월이면 침출수 못지않게 매몰지의 사체가 썩는 냄새로 전국 곳곳에서 공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추운 날씨에 잘 썩지 않던 매몰지 내 가축 사체가 봄이 오고 기온이 상승하면 급속도로 썩는다. 이 경우 매몰지 내부와 연결된 가스배출관을 통해 황화수소, 암모니아, 메틸메르캅탄, 유기산유(단백질이 썩을 때 나오는 물질) 등이 외부로 유출된다. 여기에 매몰지 윗부분의 흙에 스며든 침투수의 썩는 냄새가 섞이면서 악취가 유발된다. 이는 음식 쓰레기가 썩는 냄새와 비슷하며 냄새를 장기간 맡을 때에는 신경계를 자극해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환경공단은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악취 공해가 금세 가라앉지 않는 데다 널리 퍼진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악취는 매몰지 반경 500m까지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몰지 내 가축이 완전히 썩어 분해되려면 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2015년까지는 전국에 악취로 인한 오염이 심할 것이라고 환경전문가들은 경고했다. 11일 현재 전국 4200곳에 가축 사체가 매몰돼 있어 곳곳이 마치 ‘쓰레기 매립지’ 일대처럼 메스꺼운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 달부터 주민들의 민원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남의 첫 구제역 발생지인 김해지역 도살처분 매몰지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또 2008년 오리 10만1300마리 등을 매몰했던 전북 정읍지역 두 곳에서도 오리 사체 잔존물이 썩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주변에 악취가 심했다.

하지만 악취 공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매몰지 표면 토양을 흙, 톱밥 등으로 수시로 덮어주고 가스배출관 주변에 탈취제를 뿌리고 있지만 워낙 대량으로 가축이 매몰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박정구 환경공단 악취관리팀장은 “사람 왕래가 잦은 곳, 주거지가 인접한 곳에서 악취 민원이 급증할 것”이라며 “탈취제를 뿌리고 흙으로 덮어도 악취는 궁극적으로 매몰된 가축 사체가 다 썩어서 없어질 때까지는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