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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이집트 시대]나팔수 언론의 돌변

입력 | 2011-02-14 03:00:00

“소수 문제아들의 시위” 내내 폄하하다… 무바라크 퇴진에 “자유를 숨쉬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국영, 친정부 이집트 언론의 보도 태도가 대통령 하야 직후 일제히 돌변했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지난 18일 동안 국영 TV와 친정부 신문들은 수만 명의 시위대를 ‘소수 문제아들의 행위’로 폄하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퇴진이 발표된 다음 날인 13일 논조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대표적인 친정부 언론인 관영신문 알아흐람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민중이 정권을 몰아냈다’였다. 이 신문의 기자들도 민주화 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도록 지시한 편집국장의 사퇴와 그동안의 보도 태도에 대한 사과 성명을 1면에 실을 것을 요구했다.

카이로 도심에서 격렬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고요한 나일 강의 풍경에 초점을 맞추는 등 시위 사태에 무관심하던 국영 알닐 TV도 대통령 하야 발표 직후 관저 앞에서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이 자유를 숨쉬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들의 변신에 대해 재야 언론인 히샴 카삼 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명 연장을 위한 몸부림일 뿐”이라며 “새 정부가 지원을 끊으면 수명은 끝난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 관영언론의 영향력은 이번 시위 사태에서 매우 제한적이었다. 튀니지 시민혁명에 이어 이번 이집트 시위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13일 “혁명이 트위터화(twitterise)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시민들은 말과 글을 매개로 힘을 결집했다”고 전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