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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황제’ 표도르 등을 보이다

입력 | 2011-02-14 03:00:00

표도르, 2연속 패배… “이제는 떠날때”




‘영장류 최강’으로 불리며 종합격투기 지존으로 군림해온 표도르 에밀리아넨코(35·러시아)가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다. 2000년 데뷔 후 10년 넘게 1인자 자리를 지켜온 표도르는 “이제는 떠나야 할 때인 것 같다. 신의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은퇴를 시사했다.

표도르는 13일 미국 뉴저지 주 이스트러더퍼드 아이조드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그랑프리 8강전에서 ‘빅풋’ 안토니오 실바(32·브라질)에게 얼굴을 난타당한 끝에 2라운드 닥터 스톱 TKO로 졌다. 지난해 6월 파브리시우 베우둠(34·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암바에 걸려 1라운드 기권패를 당하면서 27연승 행진을 멈춘 데 이은 개인 첫 2경기 연속 패배다.

경기 전 전문가들은 8 대 2로 표도르의 우세를 예상했다. 194cm, 119kg의 거구인 실바가 183cm, 104kg의 표도르보다 체격 조건은 낫지만 표도르의 빠른 몸놀림과 전광석화 같은 펀치를 당해내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달랐다. 실바의 묵직한 펀치를 여러 차례 허용한 표도르는 1라운드 반이 지나기도 전에 코피를 쏟았다. 표도르의 몸놀림은 예전처럼 빠르지 못했다.

2라운드 들어 표도르는 종합격투기에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하는 풀마운트 포지션(상대가 배 위에 올라타는 것)을 실바에게 허용하며 얼굴을 난타 당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솥뚜껑 같은 실바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표도르의 자세에서 격투기 황제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퍼렇게 멍이 든 두 눈은 감기다시피 했고 얼굴은 피투성이가 됐다. 결국 표도르의 상태를 점검한 의사가 3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경기를 중단시켰다. 표도르의 종합격투기 전적은 31승 3패가 됐다. 3연승을 달린 실바는 16승 2패.

표도르는 “초반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나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나를 아껴준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