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시인하자 경찰 신고한 동생
“저희 형 좀 체포해 주세요.”
13일 밤 서울 서초경찰서에 절도 현행범을 체포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경찰이 잡아 온 사람은 신고자 A 씨(25)의 친형 B 씨(29). B 씨는 전날인 12일 오후 7시경 동생이 잠든 사이 동생 바지를 뒤져 지갑에서 직불카드를 빼냈다. 그리고 곧장 집 근처 은행에서 240만 원을 인출했다. 다음 날 이 사실을 안 동생은 자신의 카드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형을 의심했고 추궁 끝에 형에게서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동생과 같은 룸살롱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형 B 씨는 최근 손님이 잠시 맡긴 돈을 모두 잃어버려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가장인 형은 각종 공과금 납부도 줄줄이 밀린 상태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2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집을 나간 아버지와는 연락이 안 된 지 오래라 급기야 동생 지갑에 손을 대고 만 것.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갚아야 할 돈과 세금이 모두 240만 원 정도였다”며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동생 지갑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A 씨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신고했다”며 “굳이 형을 처벌받게 할 생각은 없다”고 후회했다. 경찰은 “동거친족 간의 절도죄라 친족상도 규정상 처벌할 수 없어 불구속 입건하되 기소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