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이 잘 안 풀리신다고요?이 영화 보고 상대적 행복감 맛보세요!
‘대지진’(왼쪽), ‘메가마인드’(오른쪽)
[10위] 방가방가=취업 문턱에서 늘 좌절하던 까무잡잡한 청년(김인권)이 자신을 부탄에서 온 외국인근로자 ‘방가’로 속여 취업하지만 신분이 들통날까봐 노심초사한다는 얘기. 한국인임을 밝히자니 해고가 두렵고, 외국인근로자로 살아가자니 사회적 편견이 무섭다. 아, 이런 난감한 상황을 갖고 ‘진퇴양난’이라 하던가, 아님 ‘방귀와 응가 사이’라 하던가.
[9위] 친구와 연인 사이=전 여자친구를 바람둥이 아버지에게 빼앗긴 후 사랑을 믿지 않던 애덤(애슈턴 커처)은 미모의 병원 레지던트 에마(내털리 포트먼)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게 웬일?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에마가 “낮이나 밤이나 필요할 땐 언제나 만나 섹스를 즐기되 절대로 사랑은 하지 말자”고 선언하면서 애덤이 번뇌에 빠진단 얘기. 아, 걱정도 팔자다. 내가 보기엔 그저 곗돈 탄 놈에 불과하거늘.
[8위] 메가 마인드=슈퍼 히어로인 ‘메트로맨’과 대적해 늘 패배만 하던 악당 ‘메가 마인드’는 어느 날 우연찮게 자기 손으로 메트로맨을 제거하자 예기치 않던 실의에 빠진다. “착한 놈이 죽었으니 이젠 ‘악당질’ 할 맛이 안 난다”면서…. 공부는 엄마가 “공부하라, 공부하라”고 다그칠 때 안 하는 게 정말 짜릿하단 얘기?
[6위] 아메리칸=노련한 암살요원 잭(조지 클루니)은 임무를 마치고 사진작가로 위장해 이탈리아로 숨어들지만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누군가의 발길을 눈치 채면서 불면의 밤을 보낸다는 얘기. 남 죽여 놓고 자긴 살려고 하면 되나…. 킬러에겐 노후가 없다!
[5위] 황해=중국 옌볜에서 택시운전사로 사는 구남(하정우). 노름빚에 쪼들린 그는 한국으로 가서 감감무소식인 아내도 찾고 큰돈도 벌기 위해 살인을 청부받고 서울 강남으로 찾아온다. 목표물을 눈앞에서 노리는 순간, 아뿔싸.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목표물을 먼저 제거해버리는 게 아닌가! 아, 강호는 넓다. 뛰는 살인자 위에 나는 살인자 있거늘….
[4위] 블랙스완=유명 발레단의 주역으로 일약 발탁된 니나(내털리 포트먼). ‘백조의 호수’ 첫 공연을 앞두고 ‘완벽한 공연’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그는 자신의 몸이 흑조로 변해간다는 착란에 빠진다…. 늘 그렇듯,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는 장본인은 늘 자기 자신.
[3위] 127시간=혈혈단신 산악 등반에 나선 에런(제임스 프랭코)은 떨어진 바위에 팔이 짓눌린 채 골짜기에 고립된다. 그는 로프, 칼, 물 한 병에 의지에 127시간의 사투를 벌인다. 점차 의식이 혼미해 가는 그에게는 팔을 잘라내는 방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데…. 불쌍하긴 하지만 알고 보면 자초한 불행. 누가 혼자 가래?
[2위] 윈터스 본=두메산골에서 두 동생과 치매에 이른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17세 소녀 돌리(제니퍼 로렌스). 마약판매혐의로 실형선고를 앞둔 아버지는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감옥에서 나온 뒤 돌연 종적을 감춘다. 집을 내주지 않기 위해선 아버지를 찾아야 하는 돌리. 수소문 끝에 아버지가 살해돼 어딘가에 유기됐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아버지의 시체를 찾기 위해 겨울 산골을 애타게 헤맨다. 아, ‘설상가상’의 진수를 보여주는, 보고 나면 일주일 동안 마음이 찜찜한 영화.
[1위] 대지진=1976년 중국 탕산(唐山) 대지진. 아비규환 속에서 어머니는 자녀인 7세 쌍둥이 ‘팡떵’과 ‘팡다’가 모두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추가 붕괴가 임박해 어머니는 둘 중 단 한 명만 살려낼 수 있다. 과연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 것인가! 어머니는 결국 아들인 ‘팡다’를 선택해 살려내지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 ‘팡떵’이 구조대에 의해 추가 구조돼 십수 년 뒤 어머니를 찾아오는데…. 아, 마음 찜찜한 영화의 고전 ‘엄마 없는 하늘 아래’보다 500배쯤 더 찜찜한 영화. 보고 나면 보름간은 족히 마음이 무겁고 살맛이 안 난다. 우리 어머니들은 그 자체로 속절없는 원죄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가엾은 존재가 아닌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